백장록(百丈錄)

2. 상당

通達無我法者 2008. 2. 15. 21:53
 

2. 상당

 

 

  1.

  스님께서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신령한 광채 호젓이 밝아

  육근․육잔을 아득히 벗어났고

  영원한 진상 그대로 드러나

  문자에 매이지 않도다

  심성(心性)은 물듬이 없어

  그 자체 본래 완전하나니

  허망한 인연 여의기만 한다면

  그대로가 여여(如如)한 부처라네.

  靈光獨耀 脫逈根塵

  體露眞常 不拘文字

  心性無染 本自圓成

  但離妄緣 卽如如佛

  2.

  어떤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신통한 일입니까?”

  “대웅산(大雄山)에 홀로 앉아 있는 것이다.”

  그 스님이 절을 하자, 스님께서는 그대로 후려쳤다.


  3.

  서당(西堂)스님이 스님께 물었다.

  “스님은 뒷날 어떻게 사람들에게 법을 열어보이겠습니까?”

  스님이 손을 두 번 오무렸다 펴자, 서당스님이 말하였다.

  “다시 어떻게 하겠습니까?”

  스님은 손을 세 번 끄덕끄덕하였다.


  4.

  마조스님이 사람을 시켜 편지와 장(醬) 세 항아리를 보내왔다. 스님께서는 법당 앞에 죽 놓으라 하고는 상당하더니 대중이 모이자마자 주장자로 장항아리를 가리키면서 말씀하셨다.

  “바로 말을 한다면 부수지 않겠지만 못하면 부수겠다.”

  아무리 대꾸가 없자 스님께서는 그 자리에서 깨버리고 방장실로 돌아갔다.


  5.

  어떤 스님이 통곡을 하며 법당으로 들어가자 스님께서 물었다.


  “무슨 일인가?”

  “부모를 함께 잃었습니다. 스님께서 날을 잡아 주십시오.”

  “내일 한꺼번에 묻어버리자.”


  6.

  한 스님이 물었다.

  “경전을 의지하여 의미를 이해하면 삼세 모든 부처님의 원수가 되며, 경전을 떠난 한 글자는 마군의 말과 같다 하니 이럴땐 어찌합니까?”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동정(動靜)을 굳게 지키면 삼세 부처의 원수가 되며, 그렇다고 이밖에서 따로 구하면 마군의 말이 된다.”


  7.

   어느 땐가는 설법이 끝나 대중들이 법당에서 내려가는 차에 스님께서 그들을 불렀다. 대중이 머리를 돌리자 스님께서 말씀 하셨다.

  “이 무엇인고!”


  8.

   스님께서 대중운력으로 밭을 개간하고 돌아오는 길에 희운 (希運: 황벽)스님에게 물었다?“

  “밭 개간이 쉽질 않지?”

  “대중들이 다 일을 했습니다.”

 








  “도용(道用)만 번거롭게 하였군.”

  “어찌 감히 일을 그만두겠습니까?”

  “얼마나 개간 하였는가?”

황벽스님이 밭을 매는 시늉을 하는데 스님께서 별안간 할(喝)하고 고함을 치자 황벽스님이 귀를 막고 나가버렸다.


  9.

  스님께서 황벽스님에게 물었다.

  “어디 갔다 오느냐?”

  “산 아래서 버섯을 따옵니다.”

  “산 아래 호랑이 한 마리가 있다는데 너도 보앗느냐?”

  황벽스님이 호랑이 소리를 내자 스님께서는 허리춤에서 도끼 를 집어들고 찍을 기세였다. 황벽스님은 스님을 잡아 세우면서 얼른 따귀를 후리쳤다.

  스님께서는 느즈막하게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대중들아, 산 아래 호랑이 한 마리가 있으니 그대들은 드나들면서 잘 살펴다녀라. 노승도 오늘 아침 한 입 물렸다.”

  그 뒤 위산스님이 앙산스님에게 물었다.

  “황벽스님의 호랑이 화두를 어떻게 보십니까?”

  “스님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그때 백장스님이 도끼 한 방에 찍어 죽였어야 했는데 무엇 때문에 이 지졍에 이르렀을까?”

  “그렇지 않습니다.”

  “그대는 그러면 어떻게 보는가?”

  호랑이 머리에 탔을 뿐마 아니라 호랑이 꼬리도 붙들 줄 알앗습니다.“

  “혜적(慧寂:앙산)아, 무슨 말을 그리 험하게 하는고.”


   10.

  스님께서 상당할 때마다 늘 한 노인이 항상 법을 들고 대중과 함께 흩어져 가다가 하루는 가지 않으므로 스님께서 물었다.

  “서 있는 사람은 무엇하는 사람인가?”

  노인은 말하였다.

  “저는 과거 가섭불 (迦葉佛) 때 이  산에 살았습니다. 그때 한학인이 묻기를, 수행을 많이 한 사람도 인과에 덜어집니까‘ 하기에 ’인과에 떨어지지 않는다‘라고 대답하여 여우몸을 받았습니다. 지금 스님께서 대신 이 몸을 바꿀 만한 한 마디를 해 주십시오.”

  “그럼 질문해 보게”

  “많이 수행할 사람도 인과에 떨어집니까?”

  “인과에 어둡지 않다(不昧).”

  노인은 말끝에 크게 깨닫고 스님께 하직을 고하면서 말하였다.

  “제가 이제는 여우몸을 벗고 산 뒤에 있을 것입니다. 불법대로 화장해 주시기 바랍니다.”

  스님께서는 유나(維那)에게 종(白槌)을 쳐서 대중에게 점심뒤에 대중울력으로 죽은 스님을 장사지내겠다고 알리게 하였더

니, 대중들은 자세한 내막을 몰랐다. 스님께서는 대중을 거느리고 산 뒤 바위 아래로 가서 죽은 여우 한 마리를 지팡이로 휘저어 꺼내더니 법도대로 화장하였다.

  만참(晩參)법문 때 스님께서 앞의 인연을 거론했더니, 황벽스님이 대뜸 물었다.

  “옛사람은 깨닫게 해주는 한 마디 (一轉語)를 잘못 대꾸하였기 때문에 여우몸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오늘 한 마디 한 마디 어긋나지 않으면 어떻습니까?”

  “가까이 오게 . 그대에게 말해주겠네.”

  황벽스님이 앞으로 다가가 스님의 따귀를 한 대 치자 스님께서는 박수를 치고 웃으면서 말하였다.

“오랑캐의 수염이 붉다 하려 하였더니 여기도 붉은 수염 난 오랑캐가 있었구나.”

  그때 위산스님은 회상에서 전좌 (典座:대중의 臥具나 음식 등 살림을 맡음) 일을 보았는데 사마두타(司馬頭陀)가 여우 이야기(野狐話頭)를 들어 질문하였다.

  “전좌는 어떻게 하겠소?.

  전좌가 손으로 문짝을 세 번 흔들자 사마가 말하였다.

  “꽤나 엉성한 사람이군.”

  전좌가 말하였다.

  “불법응 이런 도리가 아니라네.”

  그 뒤애 위산스님은 황벽스님이 물었던 여우 이야기를 들어 앙산

스님에게 물었더니, 앙산스님이 대답하였다.

  “황벽스님은 항상 이 솜씨(機)를  쓰십니다.”

  “말해보아라. 태어나면서부터 이런 솜씨를 얻었는지, 스승에게서 배웠는지를.”

  “이는 스승에게서 이어받은 것이기도 하고 스스로 종지를 깨달은 것이기도 합니다.”

  “그래,그렇지.”


  11.

  황벽스님이 물었다.

  “옛스님들은 어떤 법을 사람들에게 가르치셨습니까?”

  스님께서 한참 말이 없자 황벽스님이 다시 물었다.

  “뒷날 법손들은 무얼 가지고 법을 전해야 하겠습니까?”

  스님께서는 “네가 바로 그런 사람이라고 여겼더니.......”하시고는 방장실로 돌아갔다.


  12.

  스님께서 위산스님과 함께 일을 하다가 물었다.

  “불이 있느냐?”

  “있습니다?”

  “어디 있느냐?”

  위산스님이 땔감 한 토막을 가지고 입으로 훅 불어 스님께 건네주었더니 받으시면서 말씀하셨다.

  “별레먹은 나무 같구나.”

  13.

  대중운력으로 김을 매는데 한 스님이 북소리를 듣더니 호미를 들고 일어나면서 깔깔 웃고 돌아가니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정말 좋구나. 이것이 관음보살이 진리에 들어가신 방편이다.”

  뒤에 그 스님을 불러서 물었다.

  “그대는 오늘 무슨 도리를 보았느냐?”

  “저는 이른 아침에 죽을 먹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북소리를 듣고  돌아가 밥을 먹었습니다.”

  스님께서는 깔깔거리면서 크게 웃었다.


   14.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부처입니까?”

  “그대는 누군가?”

  “저 아무개입니다.”

  “그대는 나를 아는가?‘

  “분명히 압니다.”

  스님게서는 불자를 일으켜 세우더니 물었다.

  “불자를 보느냐?”

  “봅니다.”

  스님께서는 더이상 말하지 않았다.

   15.

  스님께서 한 스님더러 “장경(章敬)스님 처소로 가서 그가 상당 설법하는 것을 보거든 너는 바로 좌구(坐具)를 펴고 절하라. 그리고 일어나면서 한쪽 신을 벗어들고 그 위의 먼지를 소매로 털어 거꾸로 엎도록 하라” 하였다.

  그 스님이 장결스님에게 가서 일러준대로 하였더니 장결스님은 말하였다.

  “저의 허물입니다.”


   16.

  위산.오봉(五峯) . 운암 (雲巖)스님이 모시고 서 있는데 스님 (백장)께서 위산스님에게 물었다.

  “목구멍과 입술을 닫고서 속히 말해보라.”

  위산스님이 말했다.

  “저는 말하지 못하겠습니다. 스님께서 말씀해 주십시오.”

  “그대에게 말해주는 것은 사양치 않겠다만 뒷날 나의 법손을 잃을까 염려스럽구나.”

  다시 오봉스님에게 물었더니, 오봉스님이 말하였다.

  “스님께서도 닫으셔야만 합니다.”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머리를 갈아 그대에게 보여 주겠다.”

  다시 운암스님에게 물었더니, 운암스님이 말하였다.

  “제가 한 말이 있습니다. 스님께서는 거론해 보십시오.”

  그리하여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목구멍과 입술을 닫고 얼른 말해보게.”

  운암스님이 “대사께서도 지금(목구멍과 입술) 있지 않습니까?” 하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나의 법손을 잃었군.”


   17.

  상당하여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누가 한 사람 가서 서당 (西堂)스님에게 말을 전해주었으면 한다. 누가 가겠느냐?”

  오봉스님이 말하였다.

  “제가 가겠습니다.”

  “어떻게 말을 전하려느냐?”

  “서당스님을 뵙고 나서 곧 말하겠습니다.”

  “본 뒤에는 무어라고 말하겠느냐.”

  “돌아와서 스님께 말씀드리겠습니다.”



   18.

  한 스님이 서당스님에게 물었다.

  “질문이 있으면 답변이 있다는 것은 우선  그만두고 질문도 없고 답변도 없을 땐 어찌합니까?”

   그러자 서당스님이 말하였다.

  “썩을까 두려우냐?”

  스님께서는 이 소문을 듣고 말씀하셨다.

  “원래 이 사형을 의심했었지.”

  “스님께서는 말씀해 주십시오.”

  “일합상(一合相)도 얻지 못한다.”


   19.

   스님께서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한 사람은 오래도록 밥을 먹지 않았는데도 배부르다 하지 않는다.”

  대중은 대꾸가 없었다.


   20.

  운암스님이 물었다.

  “스님께서는 매일 구구하게 누구를 위하십니까?”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하나 있기 때문이다.”

  “무엇 때문에 그가 스스로 하도록 하지 않으십니까?”

  “그에겐 자기 살림이 없다.”


   21.

  스님께서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따라 절에 가서 부처님께 절을 하더니 불상을 가리키면서 어머미께 물었다.

  “이것이 무엇입니까?”

  어머니가 “부처님이시다”하자,어린이가 말하였다.

  “모습은 사람과 닮아 차이가 없군요. 저도 이 다음에 이렇게 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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