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공양할 때든, 목욕할 때든 / 범 (梵) 법주
범 (淨梵) 법주 (法主) 는 가화 (嘉禾) 사람으로, 출가하여 신오 처겸 (神悟處謙:천태종)
스님을 찾아 뵈었다. 정법스님은 깨달음 〔解〕 과 실천 〔行〕 을 겸비하였으며 불법을 위
해 보시로 중생을 제도하였다. 만년에 북선사 (北禪寺) 에 살 때는 늘 시장거리에서 걸식을
하였는데, 어떤 사람이 말리자 그는, 부처님께서 남기신 규율을 말세 사람으로서 마땅히 실
천하는 것이지 남에게 과시하려는 것이 아니라고" 하였다.
스님은 몸가짐이나 대중을 거느리는 모든 일에 법도가 있었다. 그런 까닭에 스님의 법석은
절강성 (江省) 서쪽에서 가장 모범적이었다. 스님은 문도들에게 늘 이렇게 말하였다.
ꡒ하루 스물 네 시간 행주좌와 (行住坐臥) 하는 4위의 가운데에서 지켜야 할 법문이 있으니,
부처님이 말씀하신 대로 마음을 참구하지 않는다면 무엇을 하든지 모조리 마업 (魔業) 이
되어버린다. 우선 발우를 펼 때만 해도, 광야의 귀신들이 항상 주림을 느끼다가 스님네들이
부딪치는 발우소리를 헛듣고 주림과 불길이 더해져서 고통이 배가하게 된다. 그런 까닭에
부처님께서는 ꡐ반드시 몸과 마음을 고요히 하고 난 다음에 밥을 받고 나누어 먹어라'고 이
르셨다. 그러므로 백장스님의 청규 (淸規) 에도 발우 씻은 물을 버리면서 하는 축원이 있으
니 ꡐ옴 마휴라 사바하'가 그것이다. 백장선사는 오직 마음 〔心印〕 만을 전하는 분인데도
오히려 세세한 행을 지켰는데, 하물며 계율의 가르침까지 겸수하신 우리 스님이야 더 말할
것이 있으랴.
나아가 목욕을 할 때에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옛날 한 비구가 목욕을 하면서 장난치고
웃고 하다가 바른 생각 〔正念〕 을 잃어 뒷날 끓는 물이 튀어오르는 업보를 받은 일이 있
다. 그러므로 옛 성인들께서는 마음을 잡아매어 관찰하게 하고 늘 다음과 같은 발원문을 하
게 하였다. ꡐ내 이제 육신을 씻으며 발원합니다. 중생들의 심신에 때가 없어져 안팎으로 빛
나고 깨끗하게 하여 주십시오'라고.
우선은 이 두 가지 예만 들었지만 다른 일도 다 이와 같다. 그러니 일상생활에 조심조심 노
력하며 물러서서 돌이켜 보고 마음을 잘 쓰지 않을 수 있겠느냐." 「통행록 (通行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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