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왕자로 태어나서 사문이 되다 / 용호 문 (龍湖聞) 선사
용호사 (龍湖寺) 문선사 (聞禪師) 는 당나라 희종 (僖宗:872~887) 황제의 태자였다. 얼굴
과 풍채가 그려 놓은 듯 맑고 반듯하여 희종이 몹시 사랑하였으나 그는 세상을 다스릴 마음
이 없었다. 왕은 백방으로 손 써서 회유하였으나 끝내 마음을 돌릴 수 없었다. 그는 오직 상
화산 (霜華山:石霜禪師) 의 도풍을 흠모하여 꿈 속에서 보곤 하였다.
중화 (中和) 원년 (881) 천하가 어지러워지자 드디어 머리를 깎고 마음 내키는대로 돌아
다녔으나 아무도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다. 석상 경저 (石霜慶諸:807~888) 선사를 찾아
가니 선사께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는 이렇게 감탄하였다.
ꡒ그대는 원력 덕에 왕가에 태어났으나 이제 그 몸을 벗고 나를 따르려하니 참으로 불속의
부용꽃이로다."
밤이 되자 문선사는 방장실에 들어가 간청하였다.
ꡒ조사께서 따로 전하신 일을 가르쳐 주시렵니까?"
ꡒ조사를 비방하지 마라."
ꡒ천하에 이 종지가 널리 퍼졌는데 그것이 빈 말이었겠습니까?"
ꡒ안산 (按山) 이 고개를 끄덕이면 그때 가서 그대에게 말해주겠다."
문선사는 그날로 작별하고 떠났다. 소무성 (邵武城) 바깥에 이르러 그곳 산이 깊고 울창한
것을 보고는 풀을 헤치고 들어갔는데, 거기서 은거하는 고행승을 만났다. 그는 흔쾌히 자기
토굴을 내어주면서 ꡒ스님께서 이곳을 일으킬 것입니다" 하고는 깊숙히 고개 숙여 인사하고
떠났는데 간 곳을 알지 못하였다.
그리하여 문선사는 그곳에서 십여 년을 머물게 되었는데, 하루는 한 노인이 찾아와서 말하
였다.
ꡒ나는 사람이 아니고 용입니다. 비를 내리는 일을 잘못하여 하늘의 벌을 받았는데 도력을
빌어야 이곳을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더니 작은 뱀으로 둔갑하여 소매 속으로 기어들어가 버렸다. 밤이 되자 바람과 천둥이
선상을 뒤흔들며 산악이 진동하였으나 문선사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꼿꼿이 앉아 있었다.
날이 새고 하늘이 개니 뱀은 땅에 내려와 어디론가 가버리고, 얼마 있으니 노인이 나타나서
사례하였다.
ꡒ대사의 힘이 아니었으면 피비린내로 이 산을 더럽힐 뻔 하였습니다. 무엇으로 보답할 길
이 없으니 바위 밑에 구멍을 파서 샘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뒷날 대중이 모이면 물이 많
이 모자라게 될 것이니 그래서 스님을 이곳으로 모셨습니다."
그 샘은 지금 호수가 되었고 이 인연으로 용호사 (龍湖寺) 라 이름하였다.
「사기비 (寺記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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