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주지살이 / 영원 유청 (靈源惟淸) 스님
영원 유청 (靈源惟淸:?~1117, 임제종 황룡파) 선사는 문에다 방 을 써 붙였다.
나 유청은 이름만 주지일 뿐 실로 길손과도 같다. 단지 대중을 통솔하고 불법을 널리 펴서
우러러 교풍을 돕는 것을 내 직분으로 삼을 뿐이다.
절에서 관리하는 상주물 (常住物) 은 내 것이 아니므로 이치로 보아서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소임자에게 모두 위임하고 분야를 나누어 일을 맡아 보게 하되, 공과
사를 분명히 하여 합당한 것은 하고 쓸모없는 것은 버려야 한다. 나는 그저 대중과 함께 밥
먹고 옷 입고 할 뿐이며 몸에 지닌 물병과 발우만으로 인연 따라 가고 머물 뿐이다.
생각컨대 사방 납자들은 목적이 있어서 여기 왔을 것인데 침식까지는 정성껏 살펴주겠지만
나머지는 따로 공양하기 어렵다. 그 물건들은 세속법으로는 공공물이고 불법으로는 대중의
재산이니 이것을 훔쳐 남의 마음을 사고 자기 것으로 가로채는 일은 실로 본래 세웠던 뜻에
서 보면 감히 하지 못할 일이다. 일찌감치 글로 써서 알리는 바이니 잘 생각해 보기 바란다.
「석각재천동 (石刻在天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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