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보감(人天寶鑑)

25. 비구라는 말의 뜻 / 대지 (大智) 율사

通達無我法者 2008. 2. 20. 11:32
 


25. 비구라는 말의 뜻 / 대지 (大智) 율사



대지 (大智) 율사가 지은 「비구정명 (比丘正名) "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범어로는 필추 (ц:比丘) 며 중국어로는 걸사 (乞君) 니 안으로는 법을 빌어 성품을 돕고

밖으로는 밥을 빌어 몸을 돕는다. 부모는 사람 중에 가장 가까이 할 사람이나 가장 먼저 그

인연을 끊고, 수염과 머리카락은 사람들이 소중히 여기는 것이지만 모조리 깎아 없앤다. 칠

보가 창고에 넘치는 부도 초개같이 버리고 일품 (一品)  벼슬에 달하는 명예도 구름이나 연

기만도 못하게 보면서 무상 (無常) 함에 진저리를 내어 모든 현상 〔有〕 의 근본을 깊이

캔다.

뜻을 높이고자 하면 반드시 몸을 낮추어야 하니 잡고 있는 주장자는 마른 찔레나무요 들고

있는 발우는 깨진 그릇과 다를 바 없다. 어깨에 걸친 회색 옷은 다 떨어진 누더기며 팔꿈치

에 둘러 멘 걸망은 영락없는 푸대자루다. 청정한 생활은 이미 팔정도 (八正道) 에 맞고 검약

한 처신은 사의행 (四依行) 에 맞으니 구주사해 (九州四海) 가 모두 내가 가는 길이며, 나무

밑 무덤 사이 모두 내가 쉬는 곳이다.

삼승 (三乘) 의 좋은 수레를 타고 부처님이 남기신 자취를 밟으며 거룩한 가르침을 어김없

이 받아 가지니 진정한 불제자다. 세상 인연을 만나도 흔들리지 않으니 실로 대장부다. 마군

과 싸워 이기고 번뇌 그물을 열어 제쳐 만금의 훌륭한 공양도 받을 만하며 사생 (四生) 의

복밭이 되는 것도 헛된 것이 아니니 걸사라는 뜻은 바로 이런 것을 말함이 아니겠는가?

「지원집 (芝園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