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보감(人天寶鑑)

28. 도반될 자격 / 지화 (知和) 암주

通達無我法者 2008. 2. 20. 11:36
 

28. 도반될 자격 / 지화 (知和) 암주



지화 암주 (知和庵主) 는 고소 (姑蘇) 사람인데 성품이 고결하여 세상에 물들지 않았다. 한

번은 호상 (湖湘)  지방을 행각하다가 밤이 되어 객실에서 자게 되었는데 보교 (普交:1048~

1124) 스님도 그 자리에 같이 있었다. 지화스님은 보교스님이 침착하고 온후한 데다가 말없

이 밤새도록 꼿꼿이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속으로 기특하게 여겨서 물었다.

ꡒ스님은 만리 낯선 길을 혼자 다니시오?"

ꡒ예전에는 도반이 있었는데 지금은 다 절교했습니다."

ꡒ어째서 절교했소?"

ꡒ사람은 길에서 주운 돈을 대중에게 주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ꡐ도를

배우는 사람은 돈을 똥이나 흙처럼 보아야 하는데 그대가 비록 주워서 다른 사람에게 주었

다 하더라도 이는 아직 이익을 떨치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는 헤어졌습니다. 두번째 도반은

가난하고 병든 어머니를 버리고 도를 닦는다기에 내가 말했습니다. ꡐ도를 닦아 비록 불조

의 경계를 넘어선다 하더라도 불효하는 이를 어디에 쓰겠는가.' 불효하거나 이익을 따지는

이들은 모두 내 도반은 아닙니다."

지화스님은 그의 현명함을 존경하여 드디어 같이 행각하게 되었다. 두 사람은 서로가 옛날

은산 (隱山) 화상을 본받아 우뚝한 산꼭대기에 띠풀 암자를 짓고 구름과 하늘을 내려다보면

서 세상 바깥 사람이 될 것이며, 세속에 떨어지지 말자고 약속하였다. 그러나 마침내 보교스

님은 맹세를 어기고 천동사 (天童寺) 의 주지가 되었다. 보교스님이 지화스님을 찾아갔으나

돌아보지도 않았다. 정언 (正言)  진숙이 (陳叔異) 가 그의 서실을 암자로 만들어 주어 그곳

에서 이십 년을 혼자 살았는데, 너절한 물건이라고는 아무것도 없고 호랑이 두 마리만이 시

봉할 뿐이었다. 스님께서 한번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대나무 홈통에는 두서너 되의 찬물이 흐르고

창문 틈새로는 몇 조각 구름이 한가롭다

도인의 살림살이 이만하면 될 뿐인 걸

인간에 머물러 보고 듣고 할 것인가.

竹 二三升野水   間七五片閑雲

道人活計只如此  留與人間作見聞 「설창기 (雪 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