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보감(人天寶鑑)

38. 노자의 도를 닦다가 불법을 만나다 / 오설초 (吳契初)

通達無我法者 2008. 2. 20. 13:54
 


38. 노자의 도를 닦다가 불법을 만나다 / 오설초 (吳契初)



도사 (道君)  오설초 (吳契初) 는 주 (州)  주양 (朱陽)  사람이다. 하청 (河淸)  군수로 있

다가 중앙관서에서 보낸 사자의 탄핵을 받고 숭산 (嵩山) 에 숨었는데 거기서 석태 (石泰)

선생을 만났다. 오설초가 묻기를 ꡒ노자의 가르침 〔虛無之道〕 을 들려주시겠습니까?" 하

니 석태선생이 말하였다.

ꡒ선각 (先覺) 의 말씀에 의하면 다섯 가지 무루법 〔五無庄法〕 이 있다. 첫째 눈으로 보지

않으면 혼 (魂) 이 간장에 있게 되고, 둘째 귀로 듣지 않으면 정기 (精氣) 가 신장에 있게

되며, 셋째 혀로 말을 하지 않으면 정신 (精神) 이 심장에 있게 되고, 넷째 코로 냄새를 맡

지 않으면 넋 〔魄〕 이 폐에 있게 되며, 다섯째, 사지를 움직이지 않으면 의지 〔意〕 가

비장에 있게 된다. 이 다섯 가지가 서로 융합하여 하나의 기 (氣) 가 되어 3관 (三關, 人體

의 3대 요소) 에 모이면 이것을 연홍 (鉛汞) 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연홍은 몸안에서 구해

지는 것이어서 다른 데서 구할 필요가 없다."

오설초는 이 비결을 전해받고 나서 오랜 노력 끝에 공부가 성취되었다. 한번은 우연히 서악

(西岳) 에 갔다가 자양진인 (紫陽眞人) 을 만났다. 자양진인이 말하기를, ꡒ그대가 얻은 바

가 훌륭하기는 하나 만일 성품도리를 밝히지 못하면 헛수고일 뿐 아무 소용 없는 일이다"

하니, 오설초가 말하였다. ꡒ나는 2기 (二氣:음양) 를 황도 (黃道:태양이나 인체음양의 운행

법칙) 에서 추적할 수 있고 3성 (三性, 心中의 三精) 을 원궁 (元宮, 단전) 에 모을 수 있어

서 어떤 경계를 대하여도 여여하게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데 더 이상 무슨 성품도리를 운운

하는가." 그러자 자양진인이 원각경 (圓覺脛) 을 보여 주면서 ꡒ이것이 불교의 심종 (心宗)

인데 깊이 음미해 본다면 뒷날 나아갈 길을 알게 될 것이고 내 말이 빈 말이 아님을 믿게

될 것이다"라고 하였다.

오설초는 마침내 그 말을 믿고 받았는데, 하루는 ꡒ적정 (寂靜) 하기 때문에 시방 여래의 마

음이 거울 속에 상이 비치듯이 그 가운데 뚜렷이 드러난다" 한 대목을 읽다가 문득 감탄하

면서 ꡒ이제까지는 내가 문을 닫고 살아 왔는데 오늘에사 팔을 휘저으며 거리를 활보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이때부터 선 법회를 두루 돌아다니며 의심을 묻고 결택하곤 하였는데 나중에 동선 법종 (東

禪法) 선사를 뵙고 물었다.

ꡒ불성이 엄연히 드러나 있건만 상 (相) 에 집착하여 미혹한 생각 〔情〕 을 내기 때문에

보기 어려우니 만약 본래 ꡐ나'가 없음을 깨달으면 내 얼굴은 부처님의 얼굴과 어찌됩니까?

학인들이 깨달았다고 하면 깨달은 것이겠지만 어찌해서 부처님 얼굴을 보지 못합니까?"

그 말을 듣자 동선선사는 주장자를 뽑아들고 오설초를 두들겨 내쫓아 버렸다. 오설초가 막

문을 열고 나서는데 활짝 깨닫고는 송 (頌) 을 지었다.



조사의 기봉을 단번에 간파하니

눈을 뜨고 감음이 한결같도다

이로부터 성인이고 범인이고 다 없어져

대천세계는 원래 털끝 만한 거리도 없다.

驀然 破祖師機  開眼還同合眼時

從此聖凡俱喪盡  大千元不隔毫魄 「선원유사 (仙遺遺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