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노자의 도를 닦다가 불법을 만나다 / 오설초 (吳契初)
도사 (道君) 오설초 (吳契初) 는 주 (州) 주양 (朱陽) 사람이다. 하청 (河淸) 군수로 있
다가 중앙관서에서 보낸 사자의 탄핵을 받고 숭산 (嵩山) 에 숨었는데 거기서 석태 (石泰)
선생을 만났다. 오설초가 묻기를 ꡒ노자의 가르침 〔虛無之道〕 을 들려주시겠습니까?" 하
니 석태선생이 말하였다.
ꡒ선각 (先覺) 의 말씀에 의하면 다섯 가지 무루법 〔五無庄法〕 이 있다. 첫째 눈으로 보지
않으면 혼 (魂) 이 간장에 있게 되고, 둘째 귀로 듣지 않으면 정기 (精氣) 가 신장에 있게
되며, 셋째 혀로 말을 하지 않으면 정신 (精神) 이 심장에 있게 되고, 넷째 코로 냄새를 맡
지 않으면 넋 〔魄〕 이 폐에 있게 되며, 다섯째, 사지를 움직이지 않으면 의지 〔意〕 가
비장에 있게 된다. 이 다섯 가지가 서로 융합하여 하나의 기 (氣) 가 되어 3관 (三關, 人體
의 3대 요소) 에 모이면 이것을 연홍 (鉛汞) 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연홍은 몸안에서 구해
지는 것이어서 다른 데서 구할 필요가 없다."
오설초는 이 비결을 전해받고 나서 오랜 노력 끝에 공부가 성취되었다. 한번은 우연히 서악
(西岳) 에 갔다가 자양진인 (紫陽眞人) 을 만났다. 자양진인이 말하기를, ꡒ그대가 얻은 바
가 훌륭하기는 하나 만일 성품도리를 밝히지 못하면 헛수고일 뿐 아무 소용 없는 일이다"
하니, 오설초가 말하였다. ꡒ나는 2기 (二氣:음양) 를 황도 (黃道:태양이나 인체음양의 운행
법칙) 에서 추적할 수 있고 3성 (三性, 心中의 三精) 을 원궁 (元宮, 단전) 에 모을 수 있어
서 어떤 경계를 대하여도 여여하게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데 더 이상 무슨 성품도리를 운운
하는가." 그러자 자양진인이 원각경 (圓覺脛) 을 보여 주면서 ꡒ이것이 불교의 심종 (心宗)
인데 깊이 음미해 본다면 뒷날 나아갈 길을 알게 될 것이고 내 말이 빈 말이 아님을 믿게
될 것이다"라고 하였다.
오설초는 마침내 그 말을 믿고 받았는데, 하루는 ꡒ적정 (寂靜) 하기 때문에 시방 여래의 마
음이 거울 속에 상이 비치듯이 그 가운데 뚜렷이 드러난다" 한 대목을 읽다가 문득 감탄하
면서 ꡒ이제까지는 내가 문을 닫고 살아 왔는데 오늘에사 팔을 휘저으며 거리를 활보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이때부터 선 법회를 두루 돌아다니며 의심을 묻고 결택하곤 하였는데 나중에 동선 법종 (東
禪法) 선사를 뵙고 물었다.
ꡒ불성이 엄연히 드러나 있건만 상 (相) 에 집착하여 미혹한 생각 〔情〕 을 내기 때문에
보기 어려우니 만약 본래 ꡐ나'가 없음을 깨달으면 내 얼굴은 부처님의 얼굴과 어찌됩니까?
학인들이 깨달았다고 하면 깨달은 것이겠지만 어찌해서 부처님 얼굴을 보지 못합니까?"
그 말을 듣자 동선선사는 주장자를 뽑아들고 오설초를 두들겨 내쫓아 버렸다. 오설초가 막
문을 열고 나서는데 활짝 깨닫고는 송 (頌) 을 지었다.
조사의 기봉을 단번에 간파하니
눈을 뜨고 감음이 한결같도다
이로부터 성인이고 범인이고 다 없어져
대천세계는 원래 털끝 만한 거리도 없다.
驀然 破祖師機 開眼還同合眼時
從此聖凡俱喪盡 大千元不隔毫魄 「선원유사 (仙遺遺事)」
'인천보감(人天寶鑑)' 카테고리의 다른 글
40. 수도자는 가난해야 한다 / 광혜 원련 (廣慧元璉) 선사 (0) | 2008.02.20 |
---|---|
39. 목선암 (木禪艤) / 대수 법진 (大隋法眞) 선사 (0) | 2008.02.20 |
37. 좌선의 요법 / 정상좌 (靜上坐) (0) | 2008.02.20 |
36. 정토수행을 한 거사 / 왕일휴 (王日休) (0) | 2008.02.20 |
35. 백련결사에서 공부한 거사 / 유정지 (劉程之) (0) | 2008.0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