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목선암 (木禪艤) / 대수 법진 (大隋法眞) 선사
대수사 (大隋寺) 법진 (法眞 834~919) 선사는 신주 (梓州) 사람이며 염정왕씨 (亭王氏)
자손으로 원래 벼슬이 높은 집안이었다. 젊어서 숙세 인연을 깨닫고 뜻을 세워 스승을 찾아
나섰다. 남쪽으로 내려와서 약산 도오 (藥山道吾) 선사를 뵌 뒤, 대위산 (大山) 영우 (靈祐)
선사를 찾아 뵙고 대중 속에 끼어 부지런히 일을 하였다. 배불리 먹지 않고 따뜻한 곳에 잠
자지 않으면서 맑은 고행과 철저한 수행으로 실천과 지조가 남달랐으므로, 영우선사가 늘
그의 근기를 인정하였다. 하루는 대위선사가 물었다.
ꡒ자네는 이곳에 와서 왜 한 마디 법도 묻지 않는가?"
ꡒ무엇에다 입을 열어야 하는지 저에게 가르쳐 주십시오."
ꡒ무엇이 부처냐고 묻지 그러느냐?"
진 (眞) 선사가 손으로 대위선사의 입을 가리는 시늉을 하자 대위선사는 ꡒ그대는 참으로
도의 진수 (眞髓) 를 얻었구나"하고 감탄하였다.
그후 서촉 (西蜀) 으로 돌아가 도수 ( 水) 가에서 강을 건너는 사람들을 기다렸다가 그들
모두에게 차를 끓여주곤 하면서 3년을 지냈다. 그러다가 우연히 뒷산에 올라가 옛절 하나를
발견했는데 이름이 대수사 (大隋寺) 였다. 그 산에는 둘레가 네 길 〔丈〕 되는 큰 나무 한
그루가 있었고 남쪽으로 문이 하나 나 있어 도끼나 칼을 빌리지 않고도 그대로가 암자였다.
선사가 마침내 이곳에 살게 되니 세상 사람들은 그 곳을 글자 그대로 ꡐ목선암 (木禪庵) '
이라고 불렀다.
혼자 그곳에 살기 십여 년에 명성이 멀리까지 퍼져서 촉왕 (蜀王) 이 세번이나 불렀으나 들
어주지 않으니, 왕은 선사의 고고한 도풍을 우러러볼 뿐 한번 만나볼 길이 없었다. 내시를
보내 스님에게 호와 사액 (寺額) 을 하사하였지만 받지 않았고 무려 세번을 보냈으나 확고
부동하게 거절하였다. 촉왕은 다시 사람을 보내면서 칙명을 내려 이번에도 전처럼 받지 않
는다면 그대를 죽이겠다고 하였다. 그가 다시 찾아가 간절히 절하면서 ꡒ스님께서 받지 않
으시면 제가 죽습니다"라고 하니 선사는 그제서야 받았다.
선사가 대중에게 설법하였다.
ꡒ나는 명리를 위해서 여기 온 것이 아니다. 다만 사람을 얻고자 할 뿐이다. 백운청산 속에
서 시비를 쫓지 말지니 업보로 받은 이 몸을 벗어버리면 풀 한 포기도 먹지 못할 것이다.
선승들이여, 내가 행각할 때에 여러 총림에 가 보면 많게는 천명, 적어도 2백명의 대중이 있
었다. 그곳에서 동안거, 하안거를 보냈으나 깨닫지 못하고 공연히 시간만 보내다가, 위산스
님 회중에 가서 7년 동안 밥을 짓고 동산 (洞山) 스님 회중에서 3년 나무를 했다. 그 중에서
나를 중하게 대하는 곳이 있으면 얼른 떠나 버렸으니, 그 때는 오직 나 자신이 깨달을 생각
뿐 남의 일은 상관하지 않았다.
불보살 같은 분들도 모두 오랜 세월을 각고해서야 비로소 성취하였는데, 오늘날의 여러분들
은 얼마만큼 각고했길래 ꡐ나는 출세간법을 깨달았노라'고 하는가. 세간법도 아직 깨닫지
못한 처지에 조그마한 경계라도 경험하면 눈썹을 치켜세우고 눈을 부릅뜨며 어쩔 줄을 모르
니, 무슨 해탈법을 설하겠는가? 길다란 선상에 앉아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신도들의
시주물을 받으면서 눈을 감고 입을 다물고 ꡐ내가 수행한 영험이 이와 같다' 하니, 이는 자
기를 속일 뿐 아니라 모든 부처님까지도 속이는 것이다.
이미 가사 〔三衣〕 를 입었으니 선지식을 가까이 해서 생사대사를 해결해야지, 또 다시 6
도윤회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 자재한 경지를 얻은 사람이라면 무슨 화탕지옥, 노탕지옥에
들어가느니 혹은 말 뱃속, 당나귀 뱃속에 들어가느니를 논할 것이 있겠느냐. 이런 경지에는
맛난 음식을 먹는 것과 같은 맛이 있겠지만 아직 이러한 경지를 얻지 못했다면 정말로 이런
과보를 받는다. 한번 사람 몸을 잃어버리면 다시 오늘같이 인간에 태어나고자 해도 만에 하
나도 어려운 일이다. 듣지 못했는가? 옛 스님이 어느 스님에게 묻기를, ꡐ무슨 일이 가장 괴
로운 일이냐?"라고 하니 「지옥업보를 받는 일이 가장 고통스런 일입니다' 하였다. 그 스님
은 말씀하시기를 ꡐ그것은 아직 고통이라 할 수 없다. 출가하여 도를 밝히지 못하는 것이
가장 고통스런 일이다'라고 하셨다. 옛 스님의 이런 말씀은 참으로 간절한 말씀이니 명심하
고 때때로 경책해서 후회없도록 해야 한다." 「어록 (語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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