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화엄경을 읽다가 / 광효 지안 (光孝圍安) 선사의 행적
광효사 (光孝寺) 지안 (圍安) *선사는 영가 (永圈) 사람으로 성은 옹씨 (翁氏) 였다. 어
려서부터 성격이 진중하여 떠들썩한 것을 좋아하지 않으니 그의 아버지가 보통사람과 다르
다 하여 출가시켰다. 천태산 운봉 (雲峰) 에 초막을 짓고 살았는데 장좌불와 (長坐不臥) 하
고 하루 한끼 먹으며 좋은 옷을 입지 않고 누더기 하나로 여름과 겨울을 났다. 한번은 천태
덕소 (天台德韶) 국사를 찾아가니 국사가 물었다.
ꡒ3계에는 아무 법도 없는데 어디서 마음을 찾을 것이며, 4대 (四大) 는 본래 공한데 부처는
무엇에 의지해 머물겠는가. 그렇다면 그대는 어디에서 나를 보는가?"
선사가 대답하기를, ꡒ오늘은 스님께 걷어 채였습니다" 하였다. 국사가 다시 ꡒ이게 무엇이
냐?" 하자 선사가 향대 (香臺) 를 걷어차 넘어뜨리고 나가버리니 국사가 쓸만한 그릇이라고
생각하였다.
선사가 하루는 「화엄경」을 읽다가 ꡒ몸도 몸이라할 것이 없고 수행도 수행이라 할 것이
없으며 법도 법이라 할 것이 없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며 현재
는 공적 (空寂) 할 뿐이다"라는 대목에 이르러 활짝 깨쳤다. 선정에 들어 십여일이 지난 뒤
비로소 정에서 깨어나니 심신이 상쾌하면서 문득 현묘하고 비밀스런 것이 생겨났다. 선사는
이통현 (李通玄) 이 화엄경에 대해 해석한 논 (論) 이 규모가 넓고 뜻이 깊다고 생각하여
이것을 합쳐 120권으로 만들었는데 〔華嚴脛合論〕 , 그것이 세상에 널리 퍼졌다.
충의왕 (忠懿王:吳越王) 이 선사의 도풍을 흠모하여 월주 (越州) 청태사 (淸泰寺) 에 주지
케 하였는데 선사는 일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오직 방장실에 앉아 깊은 선정에 든듯 하
였다. 하루는 선정에 들어 두 스님이 법당 난간에 기대 서서 이야기하는 것을 보았다. 그런
데 천신 (天神) 이 둘러싸고 이야기를 경청하다가 조금 뒤에 갑자기 악귀가 나타나 침뱉고
욕을 하며 천신의 자취를 쓸어버리는 것이었다. 나중에 난간에 기대섰던 스님들에게 까닭을
물어보니 처음에는 불법을 이야기하다가 뒤에는 세간 이야기를 했다고 하였다. 이에 선사는
말하기를 ꡒ한가한 이야기도 이러한데 하물며 불법을 주관하는 사람이 북을 울리고 법당에
올라가서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랴" 하고는 이때부터 종신토록 한번도 세상 일을 말한 적이
없었다.
선사가 죽어서 화장을 했는데 혀는 타지 않고 붉은 연꽃 잎같이 부드러웠다.
「전등통행 (傳燈通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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