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보감(人天寶鑑)

50. 작은 지조, 큰 불법 / 분양 선소 (汾陽善昭) 선사

通達無我法者 2008. 2. 20. 14:16
 


50. 작은 지조, 큰 불법 / 분양 선소 (汾陽善昭) 선사



분양 선소 (汾陽善昭:947~1024) 선사는 태원 (太原) 사람이다. 도량과 식견이 넓고 깊어

겉치레가 없고 큰 뜻을 품어 무슨 글이든 스승에게 배우지 않고도 저절로 통달하였다. 어릴

때 부모를 여의고 세상이 싫어져 출가하였는데 명망높은 선지식 70여 분을 찾아뵙고 그들

가풍의 묘한 종지를 모두 터득하였다. 또한 가는 곳마다 오래 머물지 않고 산수구경을 즐기

지 않으니 어떤 사람들은 그런 선사를 운치없는 사람이라고 비웃었다. 그러자 선사는 이렇

게 탄식하였다.

ꡒ옛분들은 행각할 때 성인의 마음과 통하지 못했다는 그것 하나로 말을 달려 스승을 찾아

가 결단을 보았을 뿐, 어찌 산수를 구경하는 일로 절을 찾아갔겠는가!"

그 후 수산 성념 (首山省念) 선사를 찾아뵙고 물었다.

ꡒ백장스님이 자리를 말아올린 뜻**이 무엇입니까?"

ꡒ곤룡포 소맷자락을 떨쳐 여니 온 몸이 드러난다."

ꡒ스님께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ꡒ코끼리 가는 곳에 여우 자취 끊겼다."

선사는 마침내 크게 깨닫고 ꡒ만고에 푸른 못과 빈 하늘에 뜬 달은 두번 세번 애써 걸러내

서야 알 수 있다" 하고는 절을 올리고 대중에게 돌아갔다. 당시 섭현 귀성 (葉縣歸省) 선사

가 그곳에 수좌로 있었는데 선사에게 무슨 도리를 보았기에 갑자기 그렇게 자신만만하냐고

물으니 ꡒ이곳이 바로 내가 신명을 놓을 곳이다"라고 하였다.

그 후 장사 태수 (長沙太守)  장공 (張公) 이 네 곳의 큰절 중에 어느 곳이나 마음대로 택

해서 주지를 해달라고 청했으나 선사는 ꡒ나는 오래도록 죽이나 먹고 밥이나 먹는 중일 뿐

인데, 부처님의 마음 종지를 전하는 일은 작은 일이 아닙니다"라고 하였다. 이렇게 모두 여

덟 차례를 청했으나 고집스럽게 대답하지 않았다.

그 후에 태자원 (太子院) 으로 맞이하려 하니 선사는 산문을 굳게 닫고 높이 누워버렸다. 석

문 온총 (石門聰) 선사가 문을 밀어제치고 들어가서는 비난하기를 ꡒ불법은 큰 일이고 조용

히 물러나 있는 일은 작은 지조인데 그대는 불법을 짊어질 만한 힘이 있거늘 지금이 어느

때라고 편안하게 잠만 자려 하시오!" 하니 선사는 벌떡 일어나면서 ꡒ그대가 아니면 이 말

을 듣지 못했을 것이오. 빨리 가서 여법하게 준비해 두시오. 내 곧 가리다"라고 하였다. 그

곳에 도착하고 나서는 한번 선상에 앉아 30년 동안 그림자가 산 밖을 나가지 않았다.

용덕부윤 (龍德府尹)  이공 (李公) 이 승천사 (承天寺) 로 모시려 하여 사자가 세번이나 되

돌아와서 청했으나 가지 않았다. 사자가 벌을 받을 참이라 다시 찾아와, 반드시 선사와 함께

가지 않으면 벌을 받게 되니 생각해 달라고 하였다. 선사는 굳이 같이 갈 것이야 있겠냐면

서 그대 먼저 가면 나는 나중에 가겠다고 하였다. 그리고는 식사를 마련하라 하고 행장을

챙기라 하면서 ꡒ나는 간다!" 하고는 젓가락을 멈추고 입적하였다. 「승보전 (僧寶傳)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