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법화경을 외우다가 깨침 / 증오 지 (證悟智) 법사
증오 지 (證悟智) 법사는 태주임씨 (台州林氏) 자손이다. 어릴 때부터 총명하여 책을 읽으
면 한눈에 외웠으며 의술이나 점복에 관한 책까지도 모두 통달하였다. 하루는 경을 강설하
는 곳에 갔다가 「관무량수경」 설법을 듣게 되었다. 귀를 기울여 한참을 잠자코 듣고 있더
니 감탄하기를 ꡒ해 떨어지는 곳이 나의 고향이다. 지금 이 경을 듣고 있으니 마치 집에서
보내온 편지를 받은 듯하구나" 하고는 머리를 깎고 불조의 가르침을 부지런히 따르겠다고
서원하였다.
백련사 (百蓮寺) 선 (瀛) 법사에게 귀의하여 ꡐ완전한 도리와 변하는 도리 〔具變之道〕 '
에 대해 물으니 선법사가 등롱 (燈芼) 을 가리키면서 말하기를 "성품을 여의고 아님도 끊어
져 〔離性絶非〕 본래 그 자체는 비고 고요하니 이것이 ꡐ완전한 이치'요, 4성 6범이 보는
경계가 다르니 여기에 ꡐ변하는 도리'가 있다"라고 하였는데 지법사는 깨닫지 못했다.
그 후에 땅을 쓸면서 「법화경」을 외우다가 ꡒ법은 항상하여 성품이 없으니 부처종자가 이
로부터 일어남을 알지니라 〔知法常無性佛種從綠起〕 " 한 구절에서 깨달아 마음이 활짝 트
였다. 선법사가 보고는 ꡒ기쁘다! 큰 일을 마쳤구나. 법화지관 (法華缺觀) 은 이것이 핵심인
데 그대가 이것을 깨달아냈으니 깊고도 묘한 경계에 들어갔다"라고 하였다. 이때부터 마음
이 훤히 트이고 자유로와서 사람들에게 자주 이 법문을 하였다.
법사는 닷새마다 한번씩 잠을 잘 뿐 나머지는 요체에 푹 젖어 지내면서 오직 공부가 잘 되
지 않을까만을 걱정하였다. 한번 동산 (東山) 에 자리잡고는 24년 동안 그곳에 있었는데 동
산, 서산 두 산의 학인들이 와서 논변해보았으나 아무도 당할 자가 없었다.
법사는 늘 후학들이 명상 (名相) 의 굴레 속에 갇히고 책 속에 달라붙어 심지어는 한 종파
의 경전만을 받아들여 문자학을 일삼으면서 다른 종파는 업신여겨 아예 알려고도 하지 않음
을 근심하였다. 그리하여 문도들에게 이렇게 당부하면서 격려하였다. ꡒ우리 부처님께서 이
것이야말로 ꡐ참다운 정진이다' 하신 말씀을 어째서 생각지 않느냐. 이 한 구절에 깨달음의
기연이 있는데 어째서 직접 맞닥뜨려보지 않느냐?"
그 후 왕명으로 상축사 (上竺寺) 에 주지하게 되었는데 당시 재상이었던 진공 (秦公) 이 묻
기를 ꡒ지 (缺) 와 관 (觀) 은 같은 법입니까, 다른 법입니까?" 하니 법사가 대답하였다.
"같은 법입니다. 이것을 물에 비유하면 조용하고 맑은 것은 지 (缺) 고, 수염과 머리카락을
비춰볼 수 있는 것은 관 (觀) 인데 물은 하나인 것과 같습니다. 또한 군대와 같아서 부득이
할 때만 쓰는 것이니 어둡고 산란한 중생들의 중병을ꡐ지관'이란 약으로 그 심성을 고쳐내
서 온전한 바탕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입니다. 법계에는 고요함 〔寂然〕 을 지 (缺) 라 하
고, 고요하면서 항상 비춤 〔照〕 을 관 (觀) 이라 합니다. 그러니 오로지 지 (缺) 할 바를
고집한다면 어디서 관 (觀) 할 바를 찾겠습니까? 마치 공께서 허리띠를 드리우고 홀을 단정
히 들고서 묘당에 앉아 있을 때, 군대를 움직이지 않아도 천하를 흥하게 할 수 있으니 이것
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자 공은 ꡒ법사가 아니었던들 어떻게 불법의 묘한 도리를 알 수 있었겠습니까?" 하며
기뻐하였다. 「탑명 (塔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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