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보감(人天寶鑑)

52. 8만겁을 산다해도 / 도사 여동빈 (呂洞賓)

通達無我法者 2008. 2. 20. 14:19
 


52. 8만겁을 산다해도 / 도사 여동빈 (呂洞賓)



도사 여동빈 (呂洞賓) 은 하양 (河陽)  만고 (滿故)  사람으로 당나라 천보 (天寶:742~755)

년간에 태어났다. 대대로 높은 벼슬을 한 집안인데 여러번 진사 (進君) 시험에 응시했으나

급제하지 못하자 화산 (華山) 에 놀러 갔다가 종리권 (鍾離權) 을 만났다. 종리권은 진대

(晋代) 에 낭장 (將) 을 지내다가 난리를 피해 양명법 (養命法:건강장수하는 비결) 을 익힌

사람이었다.

그는 여동빈을 시험해 보려고 먼저 재물을 주어보기로 하였다. 하루는 여동빈이 종리권을

모시고 길을 가는데, 종리권이 돌 한덩어리를 주워 약을 바르니 금새 황금덩이가 되었다. 그

것을 여동빈에게 주면서 앞으로 길을 가다가 팔으라고 하니, 여동빈이 "이것도 부서지는 것

이냐고 물었다. 종리권이 5백년은 되어야 부서진다고 하자,ꡒ뒷날 사람들을 속일 것이다" 하

면서 던져버렸다. 종리권이 다시 여색으로 시험하려고 여동빈에게 산에 들어가 약을 캐오라

하고 조그만 초막을 꾸며 놓았다. 그 안에 아름다운 부인이 있다가 여동빈을 맞으면서 ꡒ지

아비가 죽은지 오래 되었는데 이제 그대를 만났으니 나를 버리지 말아 주십시오" 하고는 손

을 잡으며 가까이 오려 하였다. 여동빈은 여자를 밀어 제치면서 ꡒ가죽푸대로 나를 더럽히

지 말라"고 하였는데, 말이 끝나자 여자는 보이지 않고 종리권이 그곳에 있었다.

이에 종리권이 금단술 (金丹術) 과 천선검법 (天仙劍法) 을 전수하니 드디어 아무 걸림없이

다니는 경계를 얻고 시를 지었다.



아침에는 남월 (南越) 땅에 갔다가

저녁에는 창오 (蒼梧)  들녘에 노니네

소매 속의 푸른 뱀

날아오르는 기운이 으스스한데

사흘동안 악양루에 있어도

알아보는 이 없어서

소리높이 읊조리며

동정호를 날아 지나갔도다.

朝遊南越暮蒼梧  袖裏靑蛇膽氣序

三日岳陽人不識  朗吟賑過洞庭湖



한번은 용아 (龍牙 居遁:835~923) 스님을 찾아뵙고 불법의 큰 뜻을 물었는데 용아스님이

게송을 지어 주었다.



어찌하여 아침시름이 저녁시름에 이어지는가

젊어서 공부 안하면 늙어서 부끄러우리

이룡 (瘻龍) 은 명주 (明珠) 를 아끼지 않는데도

지금 사람들 그것을 구할 줄 모른다네

何事朝愁與暮愁  少年不學老還羞

明珠不是瘻龍惜  自是時人不解求



한번은 악주 ( 州)  황룡산 (黃龍山) 을 지나가다가 자주빛 기운이 서려있는 것을 보고

도인이 살지나 않을까 하여 산에 들어가보니, 마침 기 (機) 선사가 상당법문을 하고 있는 중

이었다.

기선사는 이상한 사람이 자리에 몰래 들어온 것을 알고는 큰소리로 꾸짖었다.

ꡒ대중 속에 법을 훔치려는 자가 있구나!"

그러자 여동빈이 썩 나서서 물었다.

ꡒ좁쌀 한알 속에 세계를 갈무리하고, 반되짜리 솥 안에 산천을 삶으니, 이 무슨 도리인지

한번 말해보시오." 선사가 ꡒ시체나 지키는 귀신이로구나" 하니, 여동빈은 ꡒ주머니 속에 장

생불사하는 약이 있다면 어쩌겠소?" 하였다. 선사가 ꡒ설령 8만겁을 산다 해도 결국에는 허

무 속에 떨어질 것이다" 하니 여동빈은 분한 기색도 없이 떠났는데, 밤이 되자 칼을 날려

선사를 위협하였다. 선사는 미리 알고 법의로 머리를 감싸고 방장실에 앉아 있었다. 칼이 들

어와 몇바퀴 돌다가 선사가 손으로 가리키자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이에 여동빈이 사죄

하자 선사가 꼬투리를 잡아 따져 물었다.

ꡒ반되짜리 솥 안은 묻지 않겠지만, 어떤 것이 좁쌀 한알에 세계를 갈무리 하는 일인가?"

여동빈은 이 말끝에 느낀 바가 있어 게송을 지었다.



노래하는 아이*를 잡아당겨

거문고를 부숴버리니

지금은 물 속의 금 (金) 을

그리워 하지 않네

황룡스님 (機선사) 을 보고나서야

이제껏 마음 잘못썼음을 알게 되었네.

拗却瓢兒碎却琴  如今不戀水中金

自從一見黃龍後  始覺從前錯用心 「선원유사 (仙遺遺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