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보감(人天寶鑑)

53. 봉급을 털어 불경을 사다 / 급사 풍즙 (馮楫) 거사

通達無我法者 2008. 2. 20. 14:21
 

53. 봉급을 털어 불경을 사다 / 급사 풍즙 (馮楫) 거사



급사 (給事)  풍즙 (馮楫) 거사는 젊어서 상상 (上庠:태학, 성균관) 에서 공부하였다. 하루

는 과거에서 ꡐ생이란 덕이 수레바퀴처럼 비치는 것이다 〔生者德之光輪〕 '라는 글로 장원

급제하였는데 그 글은 「『원각경 (圓覺脛」)의 이치로 밝힌 것이었다.

그는 비록 벼슬길에 있으면서도 불법을 잊지 않고 이름난 스님들을 두루 찾아뵙고 법을 물

었는데, 한번은 용문산 (龍門山) 에 있을 때였다. 불안 (佛眼淸遠:1067~1120) 스님을 따라

거닐다가 우연히 동자가 마당에 달려오면서 ꡒ만상 가운데 홀로 몸을 드러냈구나!"라고 읊

조리는 소리에 불안스님이 공의 등을 두드리면서 ꡒ좋다!" 하였는데 거사는 여기서 깨달음

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 뒤 노남 (南) 의 태수 (太守) 가 되었을 때, 한번은 좌선을 하다가 글을 지었는데 거기에

ꡒ공무를 보는 여가에 즐겨 좌선을 하며 옆구리를 침상에 대고 자는 일이 적었다"는 구절이

있었다. 그리고는 청정한 공부에 더욱 뜻을 두어 가는 곳마다 수준 높은 참선회를 만들어

승속을 일깨웠다. 또한 전란이 일어나 경전이 불에 타서 잿더미가 되자,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받는 봉급을 오로지 경을 사는 데 보시하였다. 그때 그가 지은 게송이 있다.



나는 별난 성미 타고나서

재물은 있는대로 허공에 저축하네

자손을 위한 계책은 세우지 않고

수레나 말을 타고 거드름피우지 않으며

놀이개를 사는 데 충당하지도 않고

성색을 즐기는 일에 쓰지도 않는다

송곳 꽂을 땅도 없고

한조각 기왓장 올릴 집도 없으며

달마다 받는 봉급은

오직 경전 사는데 보시하노니

경을 펼쳐 보는 이는

하나도 남김없이 깨달아 들기 바라네

옛날 부처님은 게송 반마디를 듣기 위해

야차 (夜叉) 에게까지도 온 몸을 버렸으니

그러므로 나도 재물을 아끼지 않고

미혹한 이들에게 열어 보인다

묻노니, 재물 아끼는 사람들아

하루종일 이리저리 저울질하다가

홀연히 죽는 날이 닥쳐오면

생사를 면할 수 있겠는가.

我賦耽癖癖  有財貯空虛

不作子孫計  不爲車馬逋

不充玩好用  不買聲色娛

置錐無南畝  片瓦無屋盧

所得月俸給  唯將贖梵書

庶使披閱者  咸得入無餘

古佛爲半尙  尙乃捨全軀

是以不惜財  開示諸迷徒

借問惜財人  終日較 銖

無常忽到地 寧免生死無



소흥 23 (紹興:1153) 년 거사는 장사 (長沙)  태수로 있었는데 갑자기 친지들에게 7월 23일

을 기해서 세상을 마치겠다고 알렸다. 그날이 되자 뒷마루에 높이 자리를 마련하도록 하였

다. 그리고는 평소와 다름없이 손님을 맞이하다가 계단을 내려가 대궐을 바라보고 절을 하

였다. 그런 다음 조운사 (漕運使) 를 오라하여 군 (郡) 의 사무를 대신 맡아보게 하고, 승복

을 입고 스님네들이 신는 신발을 신고 높은 자리에 걸터 앉아, 모든 관리와 승속에게 각기

도에 정진하여 불법을 지켜달라고 부탁하였다. 마침내 주장자를 뽑아 들고 무릎을 어루만지

며 돌아가셨다. 「만대빙지 (滿大聘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