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벼락소리에 깨치다 / 조변 (趙 )
청헌공 (淸龜公) 조변 (趙 ) 은 나이 40여세에 성색을 멀리하고 조사의 도에 마음을 두
었는데, 마침 불혜법천 (佛慧法泉:운문종, 雲居曉舜의 법제자) 선사가 구주 (衢州) 남선사
(南禪寺) 에 와서 살고 있었다. 공은 날마다 스님을 찾아 뵈었는데 스님은 허튼말이라고는
한마디도 용납하지 않았다.
그후 공이 청주 (靑州) 를 다스릴 때 일을 보는 여가에는 좌선에 힘쓸 때가 많았다. 하루는
갑자기 벼락소리에 몹시 놀라면서 활연히 깨닫고 게송을 지었다.
묵묵히 공청에 앉아 괜스레 책상에 기대니
마음근원은 깊은 물같이 움직임 없었네
벼락치는 소리에 정문 (頂門) 이 열리니
본디 내 밑천을 불러일으켰구나
黙坐公堂虛隱 心源不動湛如水
一聲霹靂頂門開 喚起從前自家底
법천스님이 듣고 말하기를, ꡒ조열도 (趙悅道:청헌공의 字) 는 황홀경을 두드렸구나!"라고
하였다. 「매계집 (梅溪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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