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보감(人天寶鑑)

55. 작은 석가 / 앙산 혜적 (仰山慧寂) 선사

通達無我法者 2008. 2. 20. 14:24
 

55. 작은 석가 / 앙산 혜적 (仰山慧寂) 선사



앙산 혜적 (仰山慧寂:802~887) 선사는 소주 섭씨 (韶州葉氏)  자손이다. 삭발한 뒤 큰 구

슬 하나를 얻는 꿈을 꾸었는데 그 빛이 사람을 쏘는 듯하였다. 꿈을 깨고나서 말하기를,

ꡒ이는 더할 수 없는 마음 보배인데 내가 얻었으니, 이것으로 내 마음 자리를 밝혀야겠다"

하고는 제방을 돌아다녔다. 그리하여 탐원 (耽源) 선사를 찾아뵙고 묘한 이치를 깨닫고 나서

뒤에 위산 영우 (山靈祐) 선사를 찾아 뵙고 마침내 깊은 종지를 얻었다.

혜적선사가 위산선사께 물었다.

ꡒ어디가 참 부처가 머무는 곳입니까?"

ꡒ생각없는 생각 〔思無思〕 의 묘한 법으로 불꽃같은 신령의 무궁함을 돌이켜 생각하라.

그 생각이 다하여 근원으로 돌아오면 성품과 모습이 항상하고 현상과 이치가 둘이 아니어서

참 부처가 여여 (如如) 할 것이다."

혜적선사는 이 말끝에 활짝 깨쳐 비밀스런 인가를 받았다. 대중을 거느리고 왕분산 (王山)

에 자리를 잡았으나 교화할 인연이 맞지않아 원주 (袁州) 에 이르러 앙산 (仰山) 을 찾아갔

다.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데 두 산신이 맞이하면서 물었다.

ꡒ깊고 험한 이 산에 어찌 오셨습니까?"

ꡒ암자 터를 하나 보러 왔소."

ꡒ저희들은 복이 있어 스님을 만나뵙게 되었습니다. 이 산을 시주하여 스님께 드리겠으니

여기 머물러 사십시오."

ꡒ그대들이 이미 나에게 시주했으니 필시 넓은 마음을 가졌겠구나. 다른 스님이 없다면 내

가 그대들의 시주를 받겠다."

산신이 좋다하고 집운봉 (集雲峰) 아래를 가리키며 여기보다 더 좋은 곳은 없다 하였다. 선

사는 마침내 그곳에 초암을 짓고 살면서 나무열매를 따먹고 개울물을 마시며 종일 꼿꼿하게

앉아 좌선하였다.

그런지 얼마 되지 않아서 두 산신이 나타나 말하였다.

ꡒ앞으로 대중이 많아지면 이 제자는 살 곳이 불편할 것이니 거처를 옮겨야 하겠습니다."

밤이 되자 바람과 우뢰가 크게 일더니 산신당이 30리 바깥 도전 (堵田) 으로 옮겨가고 옛

산신상과 큰 소나무들도 모두 그곳으로 옮겨 갔다. 무창 (武昌)  3년 여름 4월의 일이었다.

한번은 외국 승려〔異域僧〕 가 하늘을 날아 오는 감응이 있었는데 그가 말하기를,ꡒ특별히

문수보살을 친견하러 동쪽나라에 왔다가 오늘 뜻밖에도 작은 석가 〔小繹迦〕 를 만났다"라

고 하였고, 이로부터 위산스님과 앙산스님의 종풍이 크게 세상에 떨쳤다.

선사가 입적하려 할 때 산신이 찾아와 남길 말씀이 있느냐고 물으니 선사가 말하였다.

ꡒ내 몸은 허깨비나 물거품 같아서 인연따라 일어났다 사라질 뿐이다. 올 때도 아무 것도

없었는데 갈 때인들 더 무엇을 구하겠는가?"

ꡒ모든 부처님이 입멸하실 때 천룡 (天龍) 이 나타나 남기실 말씀을 청했습니다. 저도 이를

어기지 않게 해 주십시오."

선사는 법통을 얻은 스승 위산 영우 (山靈祐) 선사의 기일 (忌日) 이 정월 8일이니 재를 지

내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리하여 지금까지도 사람들이 감히 그 날을 어기지 못하고 있다.

「사기 (寺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