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보감(人天寶鑑)

64. 선을 닦는 학인에게 고함 / 회당 조심 (晦堂 祖心) 선사

通達無我法者 2008. 2. 20. 14:39
 


64. 선을 닦는 학인에게 고함 / 회당 조심 (晦堂 祖心) 선사



ꡒ 회당 조심 (晦堂祖心:1025~1100, 임제종 황룡파) 선사는 처음에 혜남선사가 돌아가시면

서 하신 부탁을 받아 주지할 인연을 맡았다. 그후 13년이 지나 법석이 한창 융성할 때에 의

연히 주지 일을 그만두고 서원 (西園) 에서 기거하였다. 그리고는 그 방을 회당 (晦堂) 이라

이름짓고 말하기를ꡒ 내가 그만둔 것은 세상일일 뿐이니 지금부터는 오로지 불법수행에 전

념하고자 한다"는 그 방문에 방을 써붙였다.



ꡒ선을 닦는 모든 학인에게 고하노라. 도를 철저히 캐려면 무엇보다도 스스로가 살펴보아

야 하니 남이 대신해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 중에 혹시 인연을 보아내어 스스로에게 기

뻐하며 들어갈 곳이 생겼거든 얼른 방장실에 들어와서 털어놓고 옳은지 그른지, 얕은지 깊

은지 평가를 기다려야 한다. 아직 밝혀내지 못했거든 무엇보다도 우선 쉬어버려라. 그러면

도는 저절로 나타날 것이다. 고생고생 달려가며 구하면 도리어 미혹과 번민만 더하게 된다.

이것은 말을 떠난 도리이니 요는 스스로가 긍정하는 데 있는 것이지 남에게 의지해서 깨닫

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밝혀내는 것을 무량겁으로부터 내려오는 생사의 근본을 확실히 통

달했다고 말한다.

만약 말 떠난 도리를 볼 수 있다면 성색과 언어, 시비 등 모두가 전혀 다른 법이 아님을 보

게 된다. 그러나 말 떠난 도리를 보지 못하면 눈 앞의 차별된 인연을 비슷하게 이해한 것으

로 도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사람은 오직 눈 앞에 전개되는 헛그림자를 오인하여 자기

도 모르게 쓸데없는 법을 만들어 놓고 머리끝까지 자만에 차서 심력을 헛되이 써버릴까 걱

정인 것이다. 그러므로 밤낮으로 자신을 이기고 행주좌와에 정성껏 관찰하여 미세한 곳까지

자세히 살피면 별로 마음을 쓰지 않아도 자연히 도에 들어가는 길이 열린다. 이것은 하루

아침 하루 저녁에 배워서 이루어지는 공부가 아니다. 만일 이와같이 치밀하게 참구하지 못

한다면 경읽고 절하며 여생을 보내는 것이 좋을 것이니, 그것이 마구 불법을 비방하는 것보

다는 나은 일이다. 이렇게 늙은 시절을 보낼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아무 일 없는 사람이 되

어 아무런 매임이 없으리라고 내가 감히 장담할 수 있다. 이밖에 입실하는 일은 지금부터

초하루와 보름 이틀만 와주기를 바란다."「정강(汀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