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 3교 성인의 가르침 / 효종 (孝宗) 황제
효종 (孝宗:1163~1189재위) 황제가 경산 (徑山) 의 주지 보인 (別峰寶印:1109~1190) 선사
를 선덕전 (選德殿) 에 초청하여 말하였다.
ꡒ3교 (三敎:佛儒仙) 성인들의 도리는 본래 같은 것입니까?"
보인선사가 아뢰었다.
ꡒ그것은 허공에 동서남북이 애초에 따로 있지 않은 것과 같습니다."
ꡒ그래도 성인들이 세우신 방편은 각기 다른점이 있으니, 예컨대 공자는 중용 (中庸) 으로
가르치셨습니다."
ꡒ중용의 가르침이 아니면 어떻게 세간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그런 까닭에 「화엄경」에서
는, ꡐ세간의 모습을 허물지 않고 세간 벗어나는 법을 이룬다 하였고, 「법화경」에서는, 세
간을 다스리는 말과 삶을 지탱해 주는 생업들이 모두 실상 (實相) 과 어긋나는 것이 아니라
고 하였습니다."
ꡒ지금의 사대부들은 공자의 가르침을 배우는 사람이 많은데 오직 문자만 파고들 뿐 공자의
도는 보지 못하고, 더욱이 공자의 마음은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오직 석가부처님은 문자로
사람을 가르치는 방법을 쓰지 않았습니다. 다만 마음의 근원을 그대로 지적하여 중생에게
열어 보이시어 저마다 깨달아 들어가게 하니 이 점이 훌륭한 일입니다."
ꡒ비단 요즘의 공부하는 사람들만 공자의 도를 보지 못하는 것이 아닙니다. 당시 열 분 제
자 가운데 안자 (顔子) 같은 분은 바탕을 갖추었다고 일컬어지는 사람인데 자기 평생의 역
량을 다하고서도 이렇게 밖에 말할 수 없었습니다.ꡐ우러러보니 앞에 있는 듯하다가는 홀연
히 뒤에 있으시다.' 이렇듯 그의 입신이 탁월하긴 했으나 결국은 공자의 그림자도 잡지 못
했습니다. 그래서 공자는 분명하게 털어놓고 여러 제자에게 말씀하기를 ꡐ제자들아, 너희들
은 내가 무엇을 감추고 있다고 생각하느냐? 나는 아무 것도 감춘 것이 없느니라. 나는 모든
행동에서 너희들과 함께하지 않은 적이 없으니, 제자들이여 이것이 나 공구 (孔丘) 다'라고
하였습니다. 이렇게 볼 때 공자는 한번도 제자들을 피한 적이 없는데도 제자들 스스로 잘못
된 것이었습니다. 지난날 장상영 (張商英) 승상도 정작 불교를 배우고 나서야 유교를 알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황제가 자신의 생각도 그렇다고 하면서, 장자와 노자는 어떤 사람이냐고 물으니 스님이 말
하였다.
ꡒ이 사람들은 불법에서는 소승인 성문 (聲聞) 일 뿐입니다. 소승은 몸을 감옥이나 형틀같이
생각하여 싫어하고 지혜를 잡독으로 여겨 멀리합니다. 그리하여 불 속에 몸을 태워 무위
(無爲) 의 경지에 들어가니 이것이 바로 장자가 말한 ꡐ몸은 본래 고목같이 만들 수 있고
마음은 본래 꺼진 재처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황제는 마음에 꼭 맞는 말이라 하였다. 「주대록 (奏對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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