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 대혜 (大慧) 선사와 굉지 (宏智) 선사
소흥 계해 (紹興癸亥:1143) 년 겨울에 대혜 (大慧宗 :1091~1157, 조동종) 선사가 왕은 (王
恩) 을 입어 북쪽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衡陽에서 유배생활을 했었다) . 마침 육왕사 (育王
寺) 에 주지자리가 비어 있어서 굉지 (宏智正覺) 선사가 그곳 주지로 천거하였다. 굉지선사
는 대혜선사가 오게 되면 대중이 많아져 반드시 식량이 바닥날 것을 미리 알고 소임자에게
이렇게 일렀다.
ꡒ그대는 나를 위해 한해 예산을 서둘러 준비하고 향적 (香積:창고) 의 일용품은 모두 두
배를 비축해 두도록 하라."
소임자는 분부대로 하였다. 이듬해 과연 대혜선사가 오니 대중이 천 명을 넘어 얼마 안되서
창고가 바닥이 났다. 그리하여 대중은 갈팡질팡하고 대혜선사도 어쩔줄 몰라 했다. 이에 굉
지선사가 쌓아 두었던 물건을 모조리 꺼내서 도와주니 모든 대중이 구제를 받았다. 대혜선
사는 굉지선사를 찾아가 ꡒ고불 (古佛) 이 아니면 어떻게 이와 같은 역량이 있겠습니까?"
하며 감사하였다.
하루는 대혜선사가 굉지선사의 손을 잡고 말하였다.
ꡒ우리 두 사람 다 늙었소. 그대가 부르면 내가 대답하고 내가 부르면 그대가 대답하다가
하루아침 먼저 갑자기 죽는 사람이 있게 되면 남아 있는 사람이 장례를 치뤄 주도록 합시
다."
그 이듬해 굉지선사가 입적하니 대혜선사가 마침내 상을 주관하여 그 약속을 어기지 않았
다. 「설총잡기 (雪 雜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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