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 조그만치의 게으름도 용납않다 / 원각사 자 (慈) 법사
원각사 (圓覺寺) 의 자 (慈:원각 온다) 법사는 이론과 수행을 겸비한 사람으로 학인들의 존
경을 받았다. 동액사 (東寺) 에 주지자리가 비어 있어 능 (能) 법사와 문 (文) 법사 두 사람
이 주지로 천거하여 자법사가 그곳으로 가자 법석이 크게 성하였다. 몹시 더운 여름에 강론
을 마치고 방장으로 돌아와 누워서 쉬고 있는데 마침 문법사가 찾아와 말하였다.
ꡒ동액사 도량은 대대로 도가 높은 사람이 주지해 왔소. 강을 마치고 나서는 참실 (懺室) 에
있지 않으면 선당 (禪堂) 에 있었지 누워서 멋대로 하는 사람은 이제껏 없었소."
자법사가 듣고는 ꡒ어찌 감히 명을 따르지 않겠습니까?" 하고 그 뒤로는 아주 추운 겨울이
나 아주 더운 여름이나 조금이라도 게을리 하는 일이 없었다. 「초암록 (草庵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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