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보감(人天寶鑑)

97. 죽은 고양이를 팔다 / 간당기 (機) 선사

通達無我法者 2008. 2. 20. 16:53
 


97. 죽은 고양이를 팔다 / 간당기 (機) 선사



간당 기 (簡堂行機) 선사는 태주 (台州)  선거현 (仙居縣)  사람으로 양씨 (楊氏)  집안의

자손이다. 풍채가 남달랐으며 재주는 유림 (儒林) 을 압도하였다. 스물다섯에 처자를 버리고

출세간법을 배웠는데, 늦게 차암 원 (此庵景元) 선사를 만나 남모르게 깨달은 바가 있었다.

세상에 나와 완산사 (莞山寺) 에 주지하였는데 산전을 갈아 화전을 일구면서 17년을 혼자

살았다. 그때 게송을 하나 지었다.



질화로에는 불티 하나 없고

객승의 바랑은 텅 비었는데

저무는 해에 눈은 버들꽃처럼 내리는구나

동강난 삼오라기를 주워 누더기를 꿰매면서도

내 몸이 쓸쓸한 데 있는지를 모르겠구나.

地爐無火客♠空  雪昭楊花落歲窮

拾得斷麻穿壞衲  不知身在寂廖中



선사는 늘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ꡒ나는 아직도 모자라는 점이 있는데 어떻게 주지하는 일

로 내 본분을 소홀히 할 수 있겠는가." 그리하여 도에 대한 마음이 대중 속에 있을 때 보다

조금도 덜함이 없었으며 조금도 그만두는 일이 없이 밤낮으로 참구하였다.

하루는 우연히 도끼로 나무를 찍다가 나무가 땅에 자빠지는 것을 보고 홀연히 크게 깨쳐 평

소 가슴에 막혀 있던 것이 어름 녹듯 녹아 없어졌다.

얼마 있다가 강주 (江州)  원통사 (圓通寺) 에 주지를 맡으라는 명이 있자 선사는 자신의

도가 이제 세상에 펼쳐지려 한다며 즐거이 주장자를 끌고 떠나가서 법좌에 올라가 설법하였

다.

ꡒ나는 여기서 약방을 연 것이 아니라 오직 죽은 고양이를 팔 뿐이다. 몇 사람이나 사량분

별하지 않는 사람이 나와 이 독약을 먹고 온몸에 식은땀을 흘릴지 모르겠다."

「대동십유 (大同拾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