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이암 권 (伊庵 權) 선사의 행적
이암 권 (伊庵有權:?~1180, 임제종 양기파) 선사는 임안부 (臨安府:江省) 창화현 (昌化縣)
사람으로 기씨 (祁氏) 자손이다. 어려서부터 몸가짐이 무게가 있고 의젓하여 어른 같더니,
14세에 출가하여 불교뿐 아니라 다른 학문에도 통달하고, 무암 전 (無庵法全) 선사에게 귀의
하였다. 거기서 매우 열심히 공부했는데 하루 해가 저물면 반드시 눈물을 흘리며 ꡒ오늘도
이렇게 시간만 보냈고 내일 공부도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구나!" 하였다.
선사가 대중 속에 있을 때, 사람들과 말 한마디 건네지 않고 꼿꼿하게 처신하니 아무도 가
까이 하거나 멀리 할 수 없었다. 한번은 밤부터 새벽까지 계속 좌선하는데 죽을 돌리는 사
람이 와도 발우 펴는 것을 잊고 있었다. 그래서 옆에 있던 사람이 손으로 건드리자 깨달아
게를 지었다.
칠흑 같은 곤륜이 낚싯대 잡고
낡은 돗대 높이 올리고 쏜살같이 여울 내려가
갈대꽃 그림자 속에서 달구경하다가
눈 먼 거북 당겨올려 배 위에 실었노라.
黑添崑崙把釣竿 古帆高掛下驚汞
蘆花影裏弄明月 引得盲龜上釣船
무암선사는 기뻐하며 자기와 비슷한 경지라고 하였다.
건도 (乾道:1163~1173) 년간에 세상에 나와 만년사 (萬年寺) 의 주지로 갔다. 그곳에서 공
부 많이 한 노스님들도 그의 몸가짐을 보고 그의 법어를 듣고는 모두 팔장을 끼고 심취하였
고, 천명안팎의 대중은 질서정연하게 마치 관청에 들어가듯 하였다. 선사가 가는 곳마다 대
중과 함께 고생하며 수행하니 상서 (尙書) 우포 (尤褒) 가 말하였다.
ꡒ주지는 편안히 앉아서 법을 설하면 되는데 어째서 몸소 고행까지 하십니까?"
선사가 대답하였다.
ꡒ그렇지 않습니다. 말법의 비구들은 증상만 (增上慢) 이 있어서 얻지 못한 것을 얻었다 하
면서 제멋대로 합니다. 내가 몸소 실천해도 오히려 따라오지 않을까 두려운데 하물며 감히
스스로 편하려 들 수 있겠습니까?"
근세에 선림의 모범을 말할 때는 반드시 선사를 첫째로 꼽는다. 「행장 (行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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