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보감(人天寶鑑)

110. 묘총(妙總) 비구니의 행적

通達無我法者 2008. 2. 20. 17:13
 


110. 묘총(妙總) 비구니의 행적



자수사 (資困寺)  묘총 (妙總:임제종 대혜파) 선사는 소씨 (蘇氏) 며 원우 (元祐:1086~

1093) 년간에 승상을 지낸 분의 손녀다. 열다섯살 때 선 (禪) 이 무슨 뜻인지는 전혀 몰랐으

나, 사람이 세상을 사는데 생은 어디서 오며 죽으면 어디로 가는가에 대해 유독 의심을 냈

다. 그 생각만 하다가 홀연히 느낀 바 있었으나 스스로 별것 아니라 여기고, 사람이면 다 그

런 줄 알고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부모의 명을 순종하여 서서 (西徐) 의 허수원 (許

困源) 에게 시집갔는데 얼마 안돼서 세상살이가 매우 싫어졌다. 재계하고 몸가짐을 깨끗이

함으로써 자족했으며, 나아가 세속 바깥에 높이 노닐고자 하였다. 뜻을 세워 옛사람을 흠모

하고 마침내 천엄사 (薦嚴寺) 의 원 (圓) 선사를 찾아뵈니 원선사가 물었다.

ꡒ규중의 숙녀가 어떻게 대장부의 일에 끼겠는가?"

ꡒ불법에서 남녀 등의 모습을 나눕니까?"

원선사가 따져물었다.

ꡒ무엇이 부처입니까 하니 마음이 부처라고 하였는데, 그대는 어떻게 하겠는가?"

ꡒ오래 전부터 스님의 이름을 들어왔는데 겨우 이런 말씀을 하십니까?"

ꡒ덕산스님의 문하에 들어간다면 몽둥이를 맞겠구나."

ꡒ스님께서 만일 그러한 법령을 시행한다면 인천의 공양을 헛받는 것은 아니겠습니다."

ꡒ아직 멀었다."

이에 묘총이 손으로 향로 탁자를 한번 때리니 원선사가ꡒ향로 탁자가 있으니 마음대로 치라

만, 없었으면 어찌하였겠나?" 하고 물었다.

묘총이 밖으로 나가버리자 원선사가 부르면서 말하였다.

ꡒ그대는 무슨 도리를 보았기에 이러는가?"

ꡒ밝고 밝게 보니 한 물건도 없다."

ꡒ그 말은 영가 (永圈玄覺) 스님의 말이다."

ꡒ남의 말을 빌어서 내 기분을 나타낸들 무엇이 안될 것이 있습니까?"

ꡒ진짜 사자새끼로구나."

당시 진헐 (眞歇淸了) 선사가 의흥 (宜興) 에 암자를 짓고 살고 있었는데 묘총선사가 그곳

을 찾아갔다. 진헐선사는 선상에 단정히 앉아 있다가 묘총이 문으로 들어서자 물었다.

ꡒ범부인가, 성인인가?"

ꡒ이마에 눈은 무엇 때문에 달려 있소?"

ꡒ직접 대면해서 자기 경계를 드러내 보이면 어떻겠는가?"

묘총이 좌구를 집어들자 진헐선사가 말하였다.

ꡒ이건 묻지 말라."

ꡒ틀렸다."

진헐선사가 대뜸 악! 하고 할 (喝) 을 하자 묘총도 할을 하였다.

묘총은 강절 (江浙) 지방의 큰스님들을 거의 다 찾아뵙고 법을 묻다가 허수원 (許困源) 이

가화 (嘉禾)  태수로 발령이 나서 따라 가게 되었는데, 오직 묘희 (妙喜) 선사를 만나뵙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때 마침 묘희선사가 풍제천 (馮濟川) 과 함께 배를 몰고 가화성

에 도착하니 묘총이 소식을 듣고 찾아가 절하고 존경을 표하였다. 인사만 했을 뿐인데 묘희

선사는 빙제천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ꡒ지금 온 도인은 천신도 보고 귀신도 보고 온 사람인데 단지 대장간의 풀무로 담금질을 받

지 못했을 뿐이다. 마치 만 섬을 실은 배가 물을 건널 때 아직 움직이지 않았을 뿐인 것과

같다."

풍제천이 껄껄 웃으면서 ꡒ무슨 말을 그렇게 쉽게 하십니까?" 하자 대혜스님이 말하였다.

ꡒ그 사람이 고개를 돌리기만 한다면 분명 다른 점이 있을 것이다."

이튿날 허수원이 묘희선사에게 설법을 명하니 묘희선사가 대중을 돌아보며 말하였다.

ꡒ지금 이 가운데는 어떤 경계를 본 사람이 있다. 이 산승은 사람을 간파할 때 마치 관문을

맡아보는 관리와 같아서 누가 오는 것을 보자마자 세금을 가져왔는지 안가져왔는지 알아차

린다."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자 묘총이 마침내 법호를 지어달라고 하여 묘희선사는 ꡐ무착 (無

著) '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다음 해에 경산 (徑山:大慧) 의 법석이 성하다는 말을 듣고

그곳으로 가서 하안거를 보냈는데 하루저녁은 좌선을 하다가 홀연히 깨닫고 송을 지었다.



갑자기 본래면목에 부딪히니

온갖 재주가 얼음녹듯, 기와장 무너지듯 했네

달마는 하필 서쪽에서 와가지고

2조의 헛된 삼배를 받았는가

여기에 이걸까 저걸까 물어본다면

좀도둑 한떼거리가 대패했다 하리라.

驀然撞著鼻頭  伎倆氷消瓦解

達磨何必西來  二祖枉施三拜

更問如何若何  一隊草己大敗



묘희선사가 그 송을 다시 읊어보고서 말하였다.



그대는 이미 산 조사의 뜻을 깨달았으니

단칼에 두쪽내듯 당장에 알아버렸다

기연에 임해서는 하나하나 천진 (天眞) 에 맡겨라

세간 출세간에 남고 모자람 없도다

내가 이 게를 지어 증명하니

사성육범이 모두 놀라는구나

놀랄 것 없다

파란눈 오랑캐는 아직 깨닫지 못했느니라.

汝旣悟活祖師意  一刀兩斷直下了

臨機一一任天眞  世出世間無剩少

我作此偈爲證明  四聖六凡盡驚擾

休驚擾  碧眼胡兒猶未曉



ꡒ그리하여 묘총은 입실 (入室) 하게 되었는데 대혜선사가 물었다.

지금 온 이 스님은 오직 그대만을 상대하는데 한번 말해 보아라. 노승이 무엇 때문에 그를

인정하지 않았겠느냐?"

ꡒ어찌 저를 의심하십니까?"

대혜선사가 죽비를 들고 말하였다.

ꡒ그대는 이것을 무엇이라 부르겠느냐?"

ꡒ아이고! 아이고!"

대혜선사가 갑자기 때리자 묘총이 말하였다.

ꡒ스님은 뒷날 사람을 잘못 때렸다 할 때가 있을 겁니다."

ꡒ때렸으면 그만이지 잘못이고 아니고가 무슨 상관인가?"

ꡒ이 법을 펴는 데 전념하겠습니다."

하루는 묘총이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려 하는데 묘희선사가 물었다.

ꡒ그대가 산을 내려가다가 누가 이곳의 법도를 물어보면 어떻게 대답하겠느냐?"

ꡒ경산에 아직 가보지 않았다면 의심해도 괜찮다고 하겠습니다."

ꡒ경산에 와 본 다음에는 어떤가?"

ꡒ이른 봄은 아직도 춥더라고 말하지요."

ꡒ그렇게 대답한다면 나를 얕보는 것이 아닌가?"

묘총은 귀를 막고 떠나버렸다. 이로 말미암아 모든 대중이 그를 칭찬하여 세상에 무착이란

이름이 유명해졌다. 그는 오랜동안 숨어 살다가 마침내 승복을 입었다. 묘총선사는 나이와

덕망이 높았으나 몹시 엄하게 계율을 지켰고 고행과 절도로 스스로를 격려하여 옛 고승의

면모가 있었다. 태수 장안국 (張安國) 이 선사의 도와 덕망을 높이 사서 자수사 (資壽寺) 

주지를 맡아 세상에 나가도록 명했는데, 얼마 되지 않아 주지를 그만두고 노년을 집에 돌아

가서 보냈다. 「투기전 (投機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