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문무고(宗門武庫)

14. 의리를 높이 사다 / 원통 (圓通) 선사

通達無我法者 2008. 2. 20. 18:46
 

14. 의리를 높이 사다 / 원통 (圓通) 선사



무주 (撫州)  명수사 (明水寺) 의 손 (法遜) 선사가 법운사 (法雲寺) 에서 시자를 하고 있을 무렵 도림 임 (道林琳) 스님이 그곳에 머물게 되었는데, 방장스님이 특별히 신참스님을 위해 차를 마련하였다. 법손스님은 몸소 요사채로 찾아가 그를 초청하였는데 때마침 도림스님은 자리에 없었고 그와 동행한 승려가 옆방에 있다가 돌아가 있으라고 하면서 그가 오면 대신 말해주겠다고 하였다. 법손스님이 간 후 그 스님은 이 사실을 까마득히 잊어버렸는데 공양이 끝난 뒤 북을 울려 차 모임에 모이게 하였으나 도림스님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에 원통 (圓通) 스님은 신참스님이 왔느냐면서 빨리 데려오라고 하였다. 도림스님이 도착하자 원통스님은 그를 자리에서 물러나 대중 앞에 서게 하고서 꾸짖었다.

ꡒ산문에서 특별히 차를 마련하여 총림의 예의를 표하려 하였는데 너는 무슨 까닭에 게으름 피우며 제때에 오지 않았느냐?ꡓ

ꡒ북소리를 듣던 차에 때마침 뱃속이 거북하여 곧장 달려오지 못했습니다.ꡓ

ꡒ내가 파두 (巴豆:설사제 생약) 를 가지고 북을 쳐서 네 똥이 나오게 한 것은 아니다.ꡓ

원통스님이 이렇게 꾸짖는데 법손스님이 앞으로 나서며 말하였다.

ꡒ제가 그를 청하는 일을 잊었기 때문이니 저를 절에서 쫓아내십시오.ꡓ

그러자 동행했던 스님이 대중 앞으로 나와 말하였다.

ꡒ이 일은 시자와 신참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제가 시자의 말을 받아 놓고 잊어버렸기 때문이니, 제가 두 사람을 대신하여 절을 나가겠습니다.ꡓ

원통스님은 그들의 의리를 높이 사서 모두 용서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