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문무고(宗門武庫)

32. 의술을 베푼 공덕으로 과거에 급제하다 / 허지가 (許知可)

通達無我法者 2008. 2. 20. 21:04
 

32. 의술을 베푼 공덕으로 과거에 급제하다 / 허지가 (許知可)



허지가 (許知可) 는 비릉 (毘陵)  사람이다. 일찍이 고을의 천거로 과거를 보았으나 낙방하고 돌아오는 길에 오강 (吳江) 의 평망 (平望) 에 배가 닿아 묵어가게 되었는데 그날 밤 흰옷을 입은 사람이 꿈 속에 나타나 말하였다.

ꡒ너는 음덕이 없기 때문에 급제하지 못했다.ꡓ

허지가는 말하였다.

ꡒ저희 집안은 가난하여 남에게 줄 만한 재산이 없습니다.ꡓ

ꡒ의술을 배우지 않겠느냐? 내가 너의 지혜를 도와주겠다.ꡓ

허지가는 꿈에서 깬 후 집으로 돌아와 그의 말을 실천에 옮겼고, 과연 편작 (扁) 의 오묘한 의술을 얻게 되었다. 그후 병을 앓는 사람이면 귀천을 묻지 않고 병세를 진단하여 약을 지어 주되 약값을 받지 않으니 환자가 문에 가득히 모여들었으며 낫지 않는 환자가 없었다.

그 후 다시 과거에 응시하여 향시 (鄕試) 에서 급제하고 서울 과거장을 가는 도중 평망 (平望) 에 배를 댔다. 꿈 속에 지난 날의 흰 옷 입은 이를 만났는데 그가 시를 지어 허지가에게 주었다.



의술을 베푼 공덕이 커서

진루 (陳樓)  사이에 끼어 있었네

대전 위에서 이름 부르는데

여섯번째를 다섯번째로 바꿔 부른다.

施醫功大  陳樓間阻

殿上呼臚  喚六作五



허지가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뜻을 알지 못했다. 그후 급제하여 급제자의 이름을 부르는데, 원래는 여섯번째였으나 전시관 (殿試官) 이 그 윗사람의 이름을 기록하지 않아 결국 다섯번째에 오르게 되었다. 그리하여 진씨 (陳氏) 와 루씨 (樓氏) 사이에 그의 이름이 끼여있게 되자 그제서야 지난날의 예언을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