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평상무사를 잘못 이해한 스님 / 조각 (照覺) 선사
조각 (照覺, 昭學) 선사가 늑담사 (潭寺) 에서 호계사 (虎谿寺) 로 자리를 옮겼는데, 이는 관문 왕자순 (觀文 王子淳) 의 청에 응한 것이다. 개당 후 폐지되었던 온갖 것들을 다시 세우고, 승당 (堂) ․소참 (小參) ․입실 (入室) 등의 법회를 하느라고 하루도 한가한 날이 없었다.
그가 한번은 회당 (晦堂祖心) , 진정 (眞淨克文) 등 동문 노스님들에 대해 스승 (先師:慧南) 의 선 (禪) 만을 얻었을 뿐 도 (道) 는 얻지 못하였다고 평한 적이 있었는데, 이에 대하여 스님 (대혜) 이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조각선사는 지견과 이해를 세우지 않는 평범 무사한 것을 도 (道) 라 생각하여 더 이상 묘한 깨침 〔妙悟〕 을 구하지 않은 것 같다. 그는 덕산, 임제, 조동, 운문 등 여러 불조들의 진실한 돈오견성법문 (頓悟見性法門) 을 건립 (建立:임시방편) 이라 생각하고 능엄경에서 ꡐ산하대지는 모두 밝고 묘한 참마음 〔妙明眞心〕 이 드러난 것'이라는 구절을 헛된 말로서 역시 ꡐ건립ꡑ이라 하였다. 그는 또 옛 사람이 현묘한 이치를 논한 것을 선 (禪) 이라 생각하여 옛 성인을 속이고 후손의 귀를 어둡게 만들었으니, 눈에 근육이 없고 살갗에 피가 흐르지 않는 무리이다. 그는 으레껏 전도되어 있으면서도 태연스레 이를 깨닫지 못하니 참으로 가엾은 일이다.
「원각경」에서는, ꡒ말세중생은 도를 이루려고 하면서도 깨달음은 구하려 들지 않고 오로지 남에게 듣는 것만을 더하여 아견 (我見) 만을 늘린다ꡓ 하였다. 또 말하기를, ꡒ말세의 중생이 비록 좋은 벗을 구하려 하나 삿된 견해를 지닌 자를 만나 올바른 깨침을 얻지 못하니 이를 외도종성 (外道種性) 이라 한다ꡓ 하였다. 그것은 삿된 견해 〔邪見〕 를 지닌 스승의 잘못이지 중생의 허물은 아니라 하였는데, 어찌 헛된 말이겠는가?
그러므로 진정 (眞淨) 스님은 소참법문에서 말씀하셨다.
ꡒ요즘 어떤 사람들은 평상심이 도라는 것을 최고의 법칙이라 고집하면서 하늘은 하늘, 땅은 땅, 산은 산, 물은 물, 중은 중, 속인은 속인이라 한다. 그들은 달이 크면 30일, 작으면 29일을 줄곧 풀잎과 나무에 기생하듯 지내다가 부지불식 간에 완전히 미혹해 진다. 그리고는 갑자기 ꡐ내 손은 어찌하여 부처님 손을 닮았느냐'고 물으면, ꡐ이것은 스님의 손'이라 대답하고, 내 다리는 어찌하여 당나귀 다리를 닮았느냐'고 물으면, `그것은 스님의 다리'라 대답하며, ꡐ사람마다 하나의 태어난 인연이 있는데 어느 것이 그대의 태어난 인연이냐'고 물으면, `ꡐ저는 어느 고을 사람이다' 하고 대답한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착각하지 말아라. 모든 일에 다만 평상 (平常) 이라는 한 길만을 온당하다 생각한다면 반드시 나아가야 하고 마땅히 나아가야 할 길에 다시는 한 발자욱도 옮겨놓지 못한다. 구덩이에 빠질까 겁에 질려 기나긴 세월을 한결같이, 봉사가 길가듯 한 발을 떼어놓을 때도 지팡이를 꼬옥 움켜쥐고서 놓아버리지 못한 채 기대 가는 것과 같다.ꡓ
또 회당 (晦堂) 스님이 참학인 (參學人) 들에게 말씀하셨다.
ꡒ너희는 여산 (山) 의 무사갑 (無事甲) 속에 가서 앉아 있거라ꡓ 하였는데, 오늘날 조각선사의 자손들은 마치 꺼진 재처럼 되었으니 참으로 한탄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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