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문무고(宗門武庫)

31. 귀신을 천도하다 / 담당 문준선사

通達無我法者 2008. 2. 20. 21:00
 

31. 귀신을 천도하다 / 담당 문준선사



늑담 심 (潭福深) 스님은 하동 (河東)  사람이며 진정 (眞淨) 스님의 법제자이다. 그의 회하에 오시자 (悟侍者) 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우연히 지객실에 있다가 장작 불꽃을 휘젓는 스님을 보고 갑자기 깨친 바 있었다. 곧장 방장실로 올라가 깨친 바를 알렸더니 스님은 그를 내쫓아버렸다. 그 후로 정신을 잃고 연수당 (延困堂)  동편 변소에서 목을 매어 죽었다. 그 후 밤이 되면 항상 장경각이나 지객실이나 변소 등 세곳에 출몰하여 짚신을 옮겨 놓거나 물병을 건네 주거나 하여 온 대중을 괴롭혔다.

담당 (湛堂) 스님이 절강 지방을 돌아다니다가 돌아와 수좌가 되었는데 이 이야기를 전해 듣고 깊은 밤중에 일부러 연수당 동쪽 변소에 들어갔다. 그때 벽 위에 걸린 등불이 희미해지더니 갑자기 꺼져버리고 옷을 벗으려 하자 오시자가 물병을 가지고 왔다. 이에 담당스님은 아직은 필요없으니 옷을 벗을 때까지 기다리라 하고 옷을 벗은 후 물병을 받아 놓았다. 그리고 당시 오시자가 목매 죽은 곳에서 용변을 보니 잠시 후에 또다시 똥닦는 막대를 가져왔다. 그가 변소를 나가려 할 때 담당스님이 병을 가지고 가라고 불러 세웠다. 오시자가 병을 받자마자 그를 붙잡아 손을 더듬어보니 흐물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단단한 것 같기도 하였다. 담당선사가 그에게 물었다.

ꡒ네가 오시자냐? 네가 그 당시 지객실에 있다가 장작 불꽃을 휘젓는 스님을 보고 깨달았다는 바로 그 사람이냐? 참선하고 도를 배우는 일이란 오로지 생명의 본원이 가는 곳이 어딘가를 알기 위함이다. 그러나 네가 장경전에서 단 (端) 수좌의 짚신을 옮겨 놓은 일이 어찌 네가 그 당시에 깨달은 그것이 아니겠느냐? 또한 네가 지객실에서 목침을 옮겨놓은 일이 어찌 네가 그 당시에 깨달은 그것이 아니겠느냐? 밤마다 이곳에 있다가 사람들에게 물병을 건네주는 것이 어찌 네가 그 당시에 깨달은 그것이 아니겠느냐? 무슨 까닭에 갈 곳을 모르며 어쩌자고 여기서 대중을 괴롭히기만 하느냐? 내가 내일 대중들에게 권유하여 너를 위해 경전을 읽도록 하고 돈을 모아 죽을 마련하여 천도할 터이니 너는 특별히 생사 벗어나기를 구하고 이곳에 머물지 말라.ꡓ

말을 마치자 마자 힘껏 밀쳐버렸더니 마치 기왓장과 돌탑이 무너지듯 와르륵 하는 소리가 났다. 그 후로 그의 자취가 끊겼는데 담당스님의 한쪽 팔꿈치는 얼음처럼 차가웠으며 반달이 지나서야 회복되었다. 이는 귀신의 음기 (陰氣) 가 사람의 몸에 닿아 차가운 기운이 이와같이 침범하였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