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총림의 달사 / 복엄 치 (福嚴) 선사
복엄 치 (福嚴) 스님은 동천 (東川) 사람으로, 처음 행각하면서 진여 (眞如:大慕喆) 스님을 뵙고 바른 안목을 깨쳤다. 위산 (山) 의 지객실 〔知客寮〕 에서 입승 (立僧) 으로 있다가 실언을 해서 물러나 원두 (圓頭:菜田의 일을 맡아보는 자) 가 되어 속죄를 청하니 진여스님이 말하였다.
ꡒ너는 박복한 사람이니 채소밭 일을 하여 대중을 공양하는 것이 제격이다.ꡓ
2년간의 소임이 끝나자 교체해 주기를 청하고 아울러 이 회하를 떠나 진정스님과 오조스님을 찾아뵙겠다고 하니 진여스님이 말하였다.
ꡒ여러 곳을 두루 돌아다니는 일은 옛 성인이 남긴 모범이니 지체하지 말고 떠나거라.ꡓ
먼저 동산사 (洞山寺) 의 방장실을 찾아가니 뜻이 계합하여 진정스님은 스님에게 대중을 통솔하게 하고 입승을 삼았다. 그곳에서 오랫동안 있다가 다시 사조 (四祖) 스님의 회하를 찾아가 수시로 오조스님을 만나보았다. 오조스님이 그를 시험해보니 과연 다른 사람보다 뛰어난 점이 있기에 사조에게 말하였다.
ꡒ치수좌는 총림의 달사 (達君) 인데 어찌하여 그를 대중의 수죄에 천거하지 않습니까?ꡓ
사조는 그의 말을 따랐으며, 오조스님도 상당법문을 할 때면 그의 지견과 하는 일을 칭찬하였다.
이수찬 (李修撰) 이라는 이가 장사 (長沙) 태수로 임명되자 사조는 그에게 서찰을 보내 치선사를 천거하였다. 그런데 얼마 후 복엄사 (福嚴寺) 에 주지자리가 비어 보융 평 (普融道平:?~1127, 임제종 양기파) 선사 또한 다른 사람을 추천하였다. 태수는 먼저 추천했으니 사조선사의 뜻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였지만 사조선사가 보내온 서신을 찾지 못해 그의 이름을 알 수 없었다. 마침 손님과 마주 앉아 이야기하는 차에 쥐 한 마리가 선반 위에 놓인 두루마리 한 묶음을 앞에 떨어뜨렸는데 주워 보니 치수좌를 천거한 사조의 서신이었다. 태수는 신통하게 생각하여 치선사를 간곡히 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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