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문무고(宗門武庫)

87. 참선을 배우다 / 왕형공 (王荊公)

通達無我法者 2008. 2. 21. 09:46
 





87. 참선을 배우다 / 왕형공 (王荊公)



왕형공 (王荊公:安石) 이 하루는 장산 원 (蔣山讚元:?~1086) 선사를 방문하여 좌담하다가 고금의 인물을 논하는 차에 원선사가 말하였다.

ꡒ상공께서는 호흡이 가빠 남들에게까지 거칠게 들리니 이는 글 짓고 문헌 찾는 일에 몹시 피곤하여 심기가 고르지 못하기 때문인가 봅니다. 어찌하여 좌선으로 이 큰 일을 체득하지 않습니까?ꡓ

왕형공은 그 말을 따라 선을 하였는데 하루는 장산선사에게 말하였다.

ꡒ좌선이란 참으로 사람을 상하게 하지 않습니다. 내가 몇 해 동안「호가십팔박(胡十八拍)」 을 지으려고 하였지만 이루지 못하였는데 간밤에 앉아 있는 사이에 모두 이루었습니다.ꡓ

장산선사는 크게 웃었다.



왕형공이 하루는 장문정공 (張文定公) 에게 물었다.

ꡒ공자가 세상을 떠난 지 백년만에 맹자가 나왔는데 맹자 이후 사람이 끊어지고 없는 것은 무슨 까닭입니까?ꡓ

문정공이 말하였다.

ꡒ어찌 사람이 없다하시오? 공맹을 능가하는 사람도 있소.ꡓ

ꡒ누굽니까?ꡒ

ꡒ강서의 마조 (馬祖) 대사 탄연 (坦然) 선사, 분양 무업 (陽無業) 선사, 설봉 (雪峰義存) 선사, 암두 (巖頭悍) 선사, 단하 (丹霞天然) 선사, 운문 (雲門文偃) 선사입니다.ꡓ

왕형공은 열거하는 선사의 이름을 듣고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아서 무슨 뜻이냐고 되물으니, 장문정공이 말하였다.

ꡒ유가는 문호가 얕아서 인재를 거두어 들이지 못하여 인재가 모두 석씨에게 귀의했기 때문입니다.ꡓ

왕형공은 그 말에 감탄하였다. 뒷날 이 말을 무진거사에게 하였더니, 무진거사는 책상을 매만지면서 달인 (達人) 의 말씀이라고 극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