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오심요(圓悟心要)

2. 장선무(張宣撫)상공에게 드리는 글

通達無我法者 2008. 2. 21. 11:05
 






2. 장선무(張宣撫)상공에게 드리는 글



지난날부터 매우 깊이, 그리고 오래도록 이 도리를 공부해왔으니 어찌 말을 빌려 통할 것이 있겠습니까. 그러나 종지를 뛰어넘는 격외(格外)도리는 크게 통달한 자라야 간직할 수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천변만화도 손바닥을 벗어나지 않고 세간법과 불법이 결코 다르지 않습니다. 그것은 마치 매일 사용하는 거울 속의 그림자와 같아서 애초부터 비추는 작용과 그 그림자가 분리된 적이 없으니 이것이 바로 대정(大定)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마거사(維摩)가 향적(香積)여래로부터 공양을 받고 수미등왕(須彌燈王)여래에게 사자좌를 빌려오기도 하며 묘희세계(妙喜世界) 쥐기를 옹기장이가 돌림판을 다루는 듯하였던 것입니다.



겨자씨에 수미산을 받아들이기도 하며 뱃속에 겁화(劫火) 빨아들이기를 마치 손바닥 뒤집듯 합니다. 이는 속이 텅 비었으면서도 신령스럽고, 고요하면서도 비추기 때문입니다. 이 밖에 사물이 출몰하고 이리저리 변하는 데는 다른 힘을 빌리지 않습니다.



이른바, 불가사의를 깨침이 모두 한 뙈기 마음밭일 뿐이라고 한 것이니, 더구나 수행을 쌓고 덕성을 지녀 좌우 어디서나 근원과 봉착하는 경우야 말해서 무엇하겠습니까. 금강보검을 거머쥐고 살활(殺活)의 주장자를 휘두르는 순간들이 모두 이 오묘함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말과 뜻을 벗어나는 격외도리는 천 만리라 해도 오히려 몸소 목격할 따름이니, 부디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