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오심요(圓悟心要)

8. 법제선사(法濟禪師)에게 드리는 글

通達無我法者 2008. 2. 21. 11:14
 





8. 법제선사(法濟禪師)에게 드리는 글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다자탑(多子塔) 앞에서 법좌를 반으로 나누어 앉으셨을 때, 이미 이 도장[印]을 은밀히 전수하셨습니다. 그 뒤 꽃을 들었던 일은 두번째 공안이었으며, 나아가 금란가사(金欄袈裟)를 맡기고 계족산에서 미륵불을 기다리게까지는 몇 가지 절차가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달마스님은 멀리 서쪽 천축국으로부터 양나라에 갔다가 위나라에 들어와서는 소림굴에 차갑게 앉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깊은 눈 속에서 팔을 끊는 늙은이가 그것을 간파해냈기 때문에, 누설하여 그에게 맡기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이를 두고 '오로지 은밀한 기별(記 )만을 전한다'고 하는데, 자세히 따져 보면 잘못된 것입니다.



이로부터 서쪽에서 온 종지를 떠들석하게 전하게 되었는데, 세간의 시류에 따라 잘못에 잘못을 더하여 온세상에 퍼져서 5가 7종(五家七宗)으로 나뉘어 서로가 문호를 세우고 제창하였으나, 실제로 따져본다면 결국 무슨 일을 이루었습니까.



그러므로 옛부터 통달한 사람은 이런 차반은 먹지 않았는데, 그렇다면 무엇이 옳은 이치겠습니까. 우주 바깥을 볼 수 있다 해도 그 자체와는 다른 것임을 알겠는데, 더구나 가이 없는 향수해(香水海)에 떠 있는 당왕찰(幢王刹)의 밑바닥을 볼 수 있는 사람이라도 그 실다운 곳을 볼 줄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되리요!



그러므로 이 대장부의 일은 박차서 뒤바꿔 놓고 번쩍 들어서 열어젖히는 걸음걸이와 지략으로서 똑같은 가풍을 깨쳐야만, 비로소 맡겨진 일을 제대로 홍포할 수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마침내는 모래와 흙도 쓸어버리지 않아야만 이윽고 석가세존과 가섭존자와 눈 푸른 달마와 신광(神光 : 혜가)과 한 자리에 앉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무심코 손을 드리워 사람을 죽이고 살림에 애초부터 정해진 격식은 없습니다. 긴밀하고 우뚝하여 천신만고의 지극히 험하고 독한 곳에서 곧바로 명근(命根) 끊는 솜씨를 얻는 것을 귀하게 여길 뿐이니, 그런 뒤에 헛되게 인가해 주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백운(百雲)스님께서는 "신선의 비결은 부자간에도 전하지 못한다"고 하지 않았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