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개성사(開聖寺) 융장로(隆隆老)에게 드리는 글
개성사(開聖寺) 주지 융(隆) 스님과는 정화(政和:1111-1117) 연간에 상서현(湘西縣) 도림사(道林寺)에서 만났을 때 아교와 옻칠이 붙듯 화살과 칼 끌이 부딪치듯 하여, 이 때문에 큰 그릇이라고 여기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종부(鐘阜) 땅에 만났는데, 이미 큰 풀무 속에서 담금질을 마치고 이 큰 일의 인연을 요달하셔서 날로 가까워지고 친근해졌습니다.
예로부터 내려오는 불조가 격식과 종지를 초월하였고, 천만 사람을 가두어도 머물지 않는 곳에서 털끝이나 바늘구멍사이에서 확연히 통하여 백천 만억의 가없는 향수찰해(香水刹海)를 포옹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주장자로써 대대로 내려오는 성인들의 명맥을 하나하나 발현했으며 취모검 위에서 주장들을 뽑아 주고 끈끈한 것을 떼어주고 결박을 풀어 주어서 큰 자유를 얻게 하였습니다.
이문(夷門)땅으로 찾아와 자리를 함께하여 의지하여 지낸 지 오랩니다. 무엇보다도 임제스님의 정법안장 하나가 면면히 이어져 자명(慈明)·양기(揚岐) 두 스님에 이르렀으니 모름지기 바람도 들어가지 못하고 물도 적시지 못하는 영리한 놈이라면 살인을 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기개를 자부하고 깨달음의 도장[正印]을 높이 들어야 합니다. 조사와 부처를 꾸짖고 욕하는 것은 오히려 그 밖의 일입니다. 그대로 온누리 사람들로 하여금 철저하게 생사의 소굴을 말숙하게 끊고, 아무 할 것 없는 크게 통달한 경계에 도달하여야 본분의 씨앗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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