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정주(鼎州) 덕산 정(德山靜) 장로에게 드리는 글
장로께서 도림(道林)과 상종함은 숙세의 큰 인연입니다. 향상의 관문을 열어 제치고 한마디에 그대로 계합하여 빠짐없이 원만히 비춤은 옛부터 모두 대기와 대용을 썼기 때문이니, 용과 코끼리의 발자국은 노새가 감당할 바가 아닙니다.
만약 이 솜씨를 갖추지 않았다면 어떻게 사람에게서 끈끈함을 떼어주며 결박을 풀어주고 못과 쐐기를 뽑아주겠습니까. 이 본분의 일은 단지 한결같이 다잡아 농사꾼의 소를 몰고 주린 사람의 밥을 빼앗는 솜씨만이 활구(活句)입니다.
모든 언어, 요긴한 기연, 사리(事理), 밝고 어두움, 침묵과 언어, 잡고 놓아줌, 살림과 죽임 등은 모두 다음 글에 갖추어져 있으니 더 이상 들먹이지 않겠습니다. 오로지 황벽·임제·목주·운문·위산·앙산·설봉·현사 등의 스님은 더욱 오묘함을 체득하였습니다.
산승의 방안에서는 일찍이 이 관문을 밟지 않으면 결코 그냥 지나게 하지 않았으며, 부촉할 때에는 더더욱 철저하게 했습니다. 희귀하게 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니 그런 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습니다. 알아차린 사람이 없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반드시 바로 이 문중의 사람이라야만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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