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오심요(圓悟心要)

15. 촉중(蜀中)의 축봉장로(鷲峰長老)에게 드리는 글

通達無我法者 2008. 2. 21. 11:28
 





15. 촉중(蜀中)의 축봉장로(鷲峰長老)에게 드리는 글



다자탑 앞에서 일찍이 법좌를 반으로 나누었고, 총령( 嶺)의 서쪽 언덕에서 한짝 신을 홀로 들고 갔으며, 임제스님은 눈 먼 나귀로 혜연(慧然)스님에게 명하였고, 협교(夾嶠: 善會) 스님은 청산(靑山) 때문에 낙포(洛浦)스님에게 맡겼습니다.



비록 근원이 나뉘고 유파가 갈렸으나, 요컨대 한 맥이 조계로부터 나와 큰 그릇의 영리한 근기를 골라 자취를 쓸어 없애게 하였습니다. 이 때문에 위로부터 용과 호랑이가 달리고 북두를 돌리고 별을 옮기듯 하면서 번뜩이는 번개 속에서 그릇된 것을 가려내고 부싯돌 불빛 속에서 검고 흰 것을 분간하였던 것입니다.



어리석은 놈은 문제 삼지도 않고 오직 준수한 부류에게만 힘썼을 뿐입니다. 팔꿈치 뒤에 호신부적을 길고 정수리 눈을 확철히 떠 종지와 강력을 세우고 바른 법령을 단독으로 제창하였습니다. 근원이 깊지 않으면 흐름이 멀지 못하고 공부가 쌓이지 않으면 쓰임이 오묘하지 못합니다. 이 때문에 서하(西河)스님은 사자를 놀림에 종지와 격식을 초월하려 하였고, 양기스님은 따가운 밤송이(栗棘蓬)를 삼키고, 흐르는 물을 칼로 쟀습니다.



선불장(選佛場) 에 들어와 향상 관문의 빗장을 열고자 한다면, 모름지기 때로는 얼렸다 때로는 녹였다 하면서 견고한 무쇠 척추로 이 큰 임무를 걸머져야만 합니다. 자기 자신에게는 자세하고 진실하며 다른 사람한테는 치우침이 없어야 하니, 속세의 인연이 떨어지기만 하면 바로 허물에 빠집니다.



오조봉의 노스님은 고개를 좌우로 끄덕였고, 백운산의 할아버지는 통째로 대추를 삼켜 항상 경책을 하셨습니다. 깊은 연못에 살얼음을 밟듯 해야만 백척간두(百尺竿頭)에서 백천 걸음을 나아가고, 벼랑 위에서 억만 번이나 뛰게 됩니다. 이에 참다운 가죽 자루를 시험하여 부딪쳐도 부숴지질 않는 줄 알 것입니다. 무릇 이는 부처님의 뚜렷한 본분의 씨앗이니, 삼가 할진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