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오심요(圓悟心要)

19. 고선인( 禪人)에게 주는 글

通達無我法者 2008. 2. 21. 11:33
 





19. 고선인( 禪人)에게 주는 글



고납자( 衲子)는 근기와 성품이 매섭고 영리하다. 교해상(敎海上)에서 책상자를 걸머지고 종장들을 두루 방문하였으며, 지난날 재상이었던 장무진공(張無盡公)에게 큰 그릇으로 인정되며 정중한 대접을 받았다. 빼어나게 뛰어난 기상을 자부하고 좀스럽게 자잘한 일 따위는 하려들지 않았다. 진실하게 서로 만나 한 마디 말에 기연이 투합하면 지난날의 속박을 단박에 벗어버렸다. 비록 철저히 깨닫지는 못했으나, 요컨대 훤출하여 다른 사람의 억압과 속박을 받지 않는 통쾌한 자였다.



그의 내력을 살펴보았더니, 부공(傳公: 장무진공)의 집에서 그를 선발해 준 것이 애초의 원인이었다. 이윽고 심한 추위를 무릅쓰고 잠깐 함평(咸平) 땅으로 가려고 나를 찾아왔다. 떠날 것을 알리며 법어를 청하기에 나는 그에게 법어를 내린다.



납자라면 의당 통렬하게 생사로써 일을 삼고 지견과 알음알이의 장애를 녹이도록 힘써서, 불조가 전수하고 부촉해 주신 큰 인연을 철저하게 깨쳐야 하리라. 이름나기를 좋아하지 말고 뒤로 물러나 실다움을 구해 수행과 이해와 그리고 도와 덕이 충실해야 한다. 숨으면 숨을수록 숨겨지지가 않아 모든 성인과 천룡이 그를 사람들에게 밀쳐 내리라. 그런데 하물며 세월에 묻혀 단련하고 탁마하며 기다리니, 마치 종소리가 치는 대로 울리듯, 골짜기에 메아리 울리듯, 대장장이의 천만번 풀무질과 담금질 속에서 나온 진금이 만세토록 변치 않듯, 만 년이 일념인 경지야 말해 무엇하랴. 그렇게 되면 향상의 본분소식은 손아귀 속에 있어 바람이 부는 대로 풀이 쓰러지듯 하리니. 참으로 여유작작하지 않겠는가.



이 글은 부옹(장무진)에게 보여주어 증명을 삼겠다. 수행에는 오래도록 변치 않음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