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오심요(圓悟心要)

17. 간장로(諫長老)에게 드리는 글

通達無我法者 2008. 2. 21. 11:30
 





17. 간장로(諫長老)에게 드리는 글



조주스님은 말하기를 "내가 남방에 있던 30년 동안에 죽과 밥을 먹는 두 때는 제외하겠으니, 이때는 마음을 잡되게 쓴 때이다"고 하였습니다. 옛스님들은 이 일을 위해서 등한히 하지 않고 정중하게 했으며, 그렇기 때문에 열심히 닦고 간파해서 매우 분명한 데 이르렀습니다. 한 기틀, 한 경계, 한 마디 한 마디가 전혀 헛된 데 떨어지질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세간법과 불법이 한 덩어리를 이루었던 것입니다.



요즈음 시대에 실다운 데 이르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몹시 날카롭게 분발하여야합니다. 창자와 위를 뒤집어 바꿔버리고, 악한 지견을 취하지 말며 잡독을 먹지 않아서, 한결같이 순일하고 아주 진정묘명(眞淨妙明)하게 되어, 당장에 본지풍광(本地風光)을 밟고 안온한 대해탈의 경지에 도달해야 합니다. 보신불과 화신불의 머리에 눌러앉아서 늠름하게 홀로 높아 바람 한점 들어가지 않고 물에도 젖지 않았습니다. 바람 몸을 그대로 이루어 일상생활 속에 역량이 있으니, 소리를 듣고 사물을 보아도 취하거나 버리려는 마음을 내지 않고 착착  닿는 대로 몸을 벗어날 길이 있습니다.



듣지도 못하였습니까. 어떤 납자가 구봉(九峰) 스님에게 이렇게 물었던 일을.

" 스님께서는 연수(延壽)스님을 직접 뵈었다고 들었습니다만, 정말 그렇습니까?"

구봉스님은 말하였습니다.

"앞산에 보리가 익었더냐?"

그 친절하고도 가까운 곳을 알 수 있다면 납승의 본면목[巴鼻]을 보게 되리니, 이른바 사람을 죽이는 칼, 사람을 살리는 칼이라는 것입니다. 다만 바라노니, 오래도록 스스로 살펴보아서 격식을 벗어난 곳에 이르면, 마침내 자연히 귀결점을 알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