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감변.시중
스님이 밀사백(密師伯: 神山僧密의 존칭)과 함께 백암(百巖)스님을 참례하
였더니 스님이 물었다.
"어디에서 오는가?"
"호남에서 옵니다."
"그곳 관찰사(觀察使)의 성은 무엇이던가?"
"성을 알지 못합니다."
"이름은 무어라 하던가?"
"이름도 모릅니다."
"그래도 정사(正事)는 보던가?"
"그에게는 낭막(郎幕: 부하관료)이 있습니다.
"출입도 하던가?"
"출입은 하지 않습니다."
"왜 출입하질 않지?"
스님은 소매를 털고 바로 나와버렸다.
백암스님은 다음날 아침 큰방에 들어가 두 스님을 부르더니 말하였다.
"어제 그대들을 상대한 문답이 서로 계합하지 못하여 하룻밤 내내 불안했
다. 지금 그대들에게 다시 한 마디 청하네. 만일 내 뜻과 맞는다면 바로 죽
을 끓여 먹으며 도반이 되어 여름을 지내겠네."
"스님께서는 질문을 하십시오."
"왜 출입을 하지 않는가?"
"너무 귀한 분이기 때문이지요."
백암스님은 이에 죽을 끓여 먹으며 함께 여름 한철을 지냈다.
천동 함걸(天童咸傑: 1118∼1186)스님은 말하였다.
"명암이 투합하여 팔면이 영롱하여 그 자리를 범하지 않고 몸 돌릴 길 있으니
조동(曹洞) 문하에서는 구경거리가 되겠으나, 가령 임제스님의 아손이었더라면
방망이가 부러진다 해도 놓아주지 않았으리라. 당시에 그가 '성을 모른다'고 했을
때 등허리에 한 방을 날려 여기에서 부딪쳐 몸을 바꿔 깨쳤더라면 죽을 끓여 맞
이했을 뿐 아니라 높은 스님을 모시는 밝을 창문 아래 모셨으리라. 알겠느냐, 알
겠어!"
"악! 漆桶(漆桶)아, 법당에 가서 참례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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