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록(洞山錄)

2-10. 감변.시중

通達無我法者 2008. 2. 21. 18:49
 





2-10. 감변.시중


스님이 신산 밀사백(神山密師伯)과 물을 건너게 되었을 때 물었다.

  "어떻게 물을 건너야겠습니까?"

  "다리가 젖지 않게 건너야지."

  "아이고, 무슨 말씀을."

  "그대는 어떻게 건너려는가?"

  "다리가 젖지 않게 건너지요."



     다른 본(本)에는 이렇게 되어 있다.





     스님이 신산스님과 함께  물을 건너면서 말하였다.

     "발을 잘못 딛지 마십시오."

     "잘못 디디면 건너지 못할걸세."

     "잘못 디디지 않으려면 어찌해야 하는데요?"

     "이렇게 큰스님과 함께 물을 건너는 것이지."



  스님이 하루는 신산스님과 함께 차밭에서 김을 매다가 괭이를 던지면서

말하였다.



  "저는 오늘 기력이 하나도 없습니다."

  "기력이 없다면 어떻게 이렇게 말할 수 있는가?"

  "기력이 있어서 이렇게 말한다고 생각하였군요."



  스님이 신산스님과 함께 가다가 홀연히 흰 토끼가 달려가는 것을 보았는

데, 신산스님이 말하였다.



  "잘 생겼군."

  "어떤데요?"

  "서민이 재상에게 절이라도 하는 것 같군."

  "아이고, 무슨 말씀을."

  "그렇다면 그대는 어떤가?"

  "대대로 벼슬을 하다가 잠시 권세를 잃은 것 같습니다."



  신산스님이 바늘을 들고 있는데 스님이 말하였다.

  "무얼 하십니까?"

  "바느질을 한다네."





"바느질하는 일은 어찌해야 합니까?"

  "땀땀이 서로 같아야 하네."

  "20년을 같이 다녔는데도 이런 말씀을 하시다니요. 어찌 이렇게 공부하십

니까?"

  "그대라면 어찌 하겠는가?"

  "땅에서 불이 일어나는 듯한 도리입니다."

   신산스님이 스님에게 물었다.

  "지식(知識)으로 알 수 있는 것치고 해보지 않은 것이 없네.

그러니 '곧장 끊는 경지(徑裁處)'에 대해서는 스님이 한 마디 해 주시게."

  "사형께서는 어떻게 공부를 하려 하십니까?"

  신산스님은 여기에서 단박 깨닫고 일상과는 다른 응대를 하였다.

  그 뒤 함께 외나무다리를 건너는데 스님이 먼저 건넌 뒤 외나무다리를 들

고서 말하였다.

  "건너 오십시오."

  신산스님이 "양개화상!" 하고 부르자 스님은 외나무다리를 놓아주었다.



  스님이 신산스님과 함께 길을 가다가 길가의 절을 가리키면서 말하였다.

  "이 안에 심성(心性)을 설하는 자가 있답니다."

  신산스님은 말하였다.



  "누굴까?"

  "사형께 질문 한 번 받고 완전히 죽어버렸습니다."

  "마음을 설명하고 성품을 설하는 사람이라니 누구지?"

  "죽음 속에서 살아났습니다."



'동산록(洞山錄)' 카테고리의 다른 글

2-12. 감변.시중  (0) 2008.02.21
2-11. 감변.시중  (0) 2008.02.21
2-9. 감변.시중  (0) 2008.02.21
2-8. 감변.시중  (0) 2008.02.21
2-7. 감변.시중  (0) 2008.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