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록(洞山錄)

2-13. 감변.시중

通達無我法者 2008. 2. 21. 20:40
 





2-13. 감변.시중


  소산(疏山)스님이 찾아왔는데 마침 조참(早參) 때여서 나오더니 스님께 물

었다.

  "언어 이전의 도리를 스님께서 가르쳐 주십시오."

  "아무 것도 긍정하려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응낙하지 않는다."

  "그러면 공력을 들여야 옳습니까?"

  "그대는 지금 공력을 들이고 있는가?"

  "공력을 들이지 않는다면 꺼릴 것이 없겠지요."


하루는 스님께서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이 일을 알고 싶은가? 마른 나무에서 꽃이 피듯 해야만 그것에 계합하게

되리라."

  소산스님이 물었다.

  "무엇에도 어긋나지 않는 경지라면 어떻습니까?"

  "화상! 이는 '공들여 닦는'쪽의 일이다. 다행히도 '공부 없는 공부'가 있

는데 그대는 무엇 때문에 묻질 않느냐?"

  "공부 없는 공부라면 저쪽 사람 일 아니겠습니까?"

  "그대의 이런 질문을 비웃는 사람이 매우 많다."

  "그렇다면 더 아득히 멀어지겠습니다."

  "멀기도 하고( 然) 멀지 않기도 하며(非 然) 멀지 않음도 아니다(非不

然)."

  "어떤 것이 먼 것입니까?"

  "저쪽 사람을 멀다고 하면 안되지."

  "어떤 것이 멀지 않은 것입니까?"

  "끝날 곳이 없겠군."



  스님께서 소산스님에게 물으셨다.





  "공겁(空劫)엔 사람 사는 집이 없었다 하니 이는  어떤 사람이 안주하는

곳이겠는가?"

  "모르겠습니다."

  "그 사람들에게도 생각(意志)이 있겠는가?"

  "스님께서도 그들에게 물어보시죠."

  "지금 묻고 있는 중이다."

  "무슨 뜻입니까?"

  스님은 대꾸하지 않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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