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4. 감변.시중
청림 사건(靑林師虔: ?∼904)스님이 참례하자 스님께서 물으셨다.
"이제 어디에서 떠나왔는가?"
"무릉(武陵)에서 옵니다."
"무릉의 법도는 여기와 무엇이 같은가?"
"오랑캐 땅에선 겨울에 죽순을 뽑습니다."
"다른 시루에 향기로운 밥을 지어 이 사람에게 공양하여라."
청림스님이 소매를 떨치며 나가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사람이 뒷날 온 세상 사람들을 밟아 죽일 것이다."
고산 영(鼓山永)스님은 말하였다.
"이렇게 대꾸하다간 물 한 방울도 받기 어려운데 무엇 때문에 다른 시루
에 향기로운 밥을 지으라 하는가."
청림스님이 하루는 스님을 하직하자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디로 가려는가?"
"금륜(金輪)은 표적을 숨기지 않고, 온 세계에 홍진(紅塵)이 끊겼습니다."
"잘 간직(保任)하게."
청림스님이 조심스럽게 나가는데 스님께서 문에서 전송하시며 말씀하셨다.
"이렇게 떠나는 한 구절을 어떻게 말하겠는가?"
"걸음걸음 홍진을 밟으나 걸음걸음 몸 그림자가 없습니다."
"스님께선 무엇 때문에 속히 말하지 않습니까?"
"자네는 어찌 그리 성미가 급한가."
"제가 잘못했습니다."
그리고는 바로 절을 하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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