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5. 감변.시중
용아(龍牙: 835∼923)스님이 덕산(德山)스님에게 물었다.
"제가 막야의 보검을 가지고 스님의 머리를 베려고 할땐 어찌하겠습
니까?"
덕산스님이 목을 빼고 다가가며 "와!" 하였더니, 용아스님이 "머리가 떨어
졌습니다." 하자, 덕산스님은 "하하"하고 크게 웃었다.
용아스님이 그 뒤에 스님에게 와서 앞의 이야기를 거론하자 스님은 말씀
하셨다.
"그래, 덕산은 뭐라고 하더냐?"
"스님은 말이 없었습니다."
"말이 없었다고 하지 말고, 우선 덕산의 떨어진 머리를 노승에게 가져와
보아라."
용아스님은 그제야 깨닫고서 바로 참회하고 인사하였다.
그 뒤에 어떤 사람이 덕산스님에게 말씀드리자 스님은 말하였다.
"동산스님은 좋고 나쁜 것도 모르는군. 이 몸이 죽은 지 오래인데 구제해서 무슨
소용이 있으랴."
보복 종전스님은 염( )하였다.
"용아스님은 전진할 줄만 알았을 뿐 발을 헛디딘 줄은 몰랐군."
취암 지(翠巖芝)스님은 말하였다.
"용아스님은 그때 끊었어야 하는데 끊질 않았으니 이제 와서 어떻게 끊으랴."
동선 관(東禪觀)스님은 말하였다.
"용아스님은 검을 껴안아 몸을 다쳤으니 재앙과 허물을 자초했다 하겠다. 덕산스님은
머리 때문에 주인이 되어 다행히도 계산을 잘 하였으나 홀연히 동산스님에게 자취를 지
적당하여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꼬리를 들켰다."
용아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입니까?"
"동구의 물이 역류하게 되면 그때 가서 그대에게 말해주마."
용아스님은 비로소 그 뜻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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