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2. 감변.시중
약산스님이 운암스님과 함께 산을 유랑하는데 허리에 찬 장도에서 쨍그랑
쨍그랑하는 소리가 나자 운암스님이 물었다.
어떤 물건이 소리를 내지?"
약산스님은 칼을 뽑아 별안간 입을 찍는 시늉을 하였다.
스님은 이 이야기를 들려주시고는 시중(示衆)하셨다.
"살펴보라. 저 약산스님이 몸을 던져 이 일 위했던 것을. 요즈음 세상 사람
들아. 향상의 일을 밝히고 싶다면 이 뜻을 체득해야만 하리라."
약산스님은 야참(夜參)에 등불을 켜지 않고 법어를 내리셨다.
"나에게 한 구절이 있는데 수소가 새끼를 낳으면 그때 가서 말해주겠다."
한 스님이 말하였다.
"수소가 새끼를 낳는다 해도 스님께서는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
약산스님이, "시자야, 등불을 가져오너라" 하자 그 스님은 몸을 빼서 대중
속으로 들어가버렸다.
운암스님이 이 문제를 가지고 스님께 물었다.
"무슨 뜻입니까?"
"이 중이 도리어 이해하였군. 다만 절을 하려 하지 않았을 뿐이다."
약산스님이 한 스님에게 물었다.
"어디서 오느냐?"
"호남에서 옵니다."
"동정호의 물은 가득 찼더냐?"
"아직은요."
"그렇게 오랫동안 비가 내렸는데 어째서 아직 차지 않았을까?"
그 스님이 대꾸가 없었다.
도오(道吾)스님이 말하였다.
"가득 찼습니다."
운암스님이 말하였다.
"담담(湛湛)하다."
스님은 이 문제를 두고 말씀하셨다.
"어느 세월엔들 늘고 불고 한 적이 있더냐."
약산스님이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그대가 점을 칠 줄 안다고 들었는데 그렇느냐?"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내 점 한번 쳐보아라."
그 스님은 대꾸가 없었다.
운암스님이 이 문제를 스님께 물었다.
"그대라면 어떻게 하겠소?"
"스님 태어난 달(生月)이 언제지요?"
'동산록(洞山錄)' 카테고리의 다른 글
2-64. 감변.시중 (0) | 2008.02.25 |
---|---|
감변.시중 63. (0) | 2008.02.25 |
2-61. 감변.시중 (0) | 2008.02.25 |
2-60. 감변.시중 (0) | 2008.02.25 |
2-59. 감변.시중 (0) | 2008.0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