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중 9.
경청(鏡淸)스님이 물었다.
"맑고 텅 빈 이치라서 아예 몸이 없을 땐 어떻습니까?"
"이치(理)로야 그렇다치고 사실(事)은 어떡하려고."
"이치로나 사실로나 여여합니다."
"나 한 사람 속이는 것이야 그럴 수 있다치고 여러 성인의 눈을 어찌하겠느냐?"
"여러 성인의 눈이 없다면 그렇지 않은 줄을 어찌 비춰보겠습니까?"
"법으로야 바늘만큼도 용납되지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수레도 통할 수 있
는 법이지."
대위 철(大 喆)스님이 말하였다.
"조산이 비록 옥을 잘 다듬기는 하나 경청의 옥에는 본래 흠집이 없었
는데야 어찌하랴. 알고 싶으냐. 잽싼 솜씨를 빌리지 않으면 결국 못쓰는
그릇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