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산록(曹山錄)

시 중 11.

通達無我法者 2008. 2. 25. 11:17
 




시 중 11.


지의도자(紙衣道者)가 찾아와 뵙자 스님께서 물었다.

  "지의도인이 아닌가?"

  "그렇습니다."

  "무엇이 종이 옷(紙衣) 속의 일이더냐?"

  "옷 하나 몸에 걸쳤다 하면 만법이 모두 다 여여합니다."

  "무엇이 종이 옷 속의 작용이더냐?"

  지의도인은 앞으로 가까이 가서 끄덕끄덕하더니 선 채로 죽어(脫去)버렸다.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는 이렇게 떠날 줄만 알았지, 어째서 이렇게 올 줄을 모르느냐?"

  그러자 지의도인이 홀연히 눈을 뜨더니 물었다.

  "신령하고 진실한 성품 하나가 어미 뱃속을 빌리지 않을 땐 어떻습니까?"

  "오묘함은 아닐세."

  "어찌해야 오묘함입니까?"

  "빌리지 않는 빌림이라네."

  지의도인은 "안녕히 계십시오" 하더니 그대로 천화해 버렸다.

  스님께서는 게송을 지어 법문하셨다.



    원명(圓明)한 각성(覺性)은 모습 없는 몸이니

    지견으로 멀다 가깝다 망상떨지 말아라

    한 생각 달라지면 현묘한 바탕에 어두어지며

    마음이 어긋나면 도와 이웃하지 못하리

    마음(情)이 만법에 흩어져 목전의 경계에 잠기고

    의식(識)으로 여러 갈래 비추어 본래 진실 잃는구나

    이상의 말 속에서 완전히 깨달으면

    옛날 일 없던 그 사람이라네.


    覺性圓明無相身  莫將知見妄疏親

    念異偏於玄體昧  心差不與道爲隣

    情分萬法沈前境  識鑑多端喪本眞

    如是句中全曉會  了然無事昔時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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