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중 55.
한 스님이 향엄 지한(香嚴智閑: ?∼898)스님께 물었다.
"무엇이 도입니까?"
"고목(古木)속에서 용이 우짖느니라."
"무엇이 도 가운데 사람입니까?"
"해골 속의 눈동자이지."
그 스님은 알아듣지 못하고서 석상(石霜)스님에게 물었다.
"무엇이 고목 안에서 용이 우짖는 것입니까?"
"그래도 기뻐하는 빛을 띠고 있구나."
"어떤 것이 해골 속의 눈동자입니까?"
"그래도 식(識)을 띠고 있구나."
이번에도 알아듣지 못하고 다시 스님께 물었다.
"어떤 것이 고목 속에서 용이 우짖는 것입니까?"
"혈맥이 끊기지 않는다."
"어떤 것이 해골 속의 눈동자입니까?"
"다 마르지 않았다."
"잘 모르겠습니다. 들을 수 있는 자가 있습니까?"
"온 누리에 듣지 못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잘 모르겠습니다. 고목 속의 울음이란 무슨 법문(章句)입니까?"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듣는 자는 모두 죽는다."
그리고는 이어서 게송을 들려주셨다.
고목에 용이 우짖을 때 진실로 도를 보고
해골에 식이 없어야 눈이 비로소 밝아지리
기쁨과 식이 다할 때 소식도 다하는데
바로 그 사람, 어떻게 탁함 속의 맑음을 분별하랴.
枯木龍吟眞見道 壻?無識眼初明
喜識盡時消息盡 當人那辯촉中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