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림성사(叢林盛事)

2. 소동파의 옥대를 벗기다 / 불인 요원(佛印了元)선사

通達無我法者 2008. 2. 25. 15:53
 



2. 소동파의 옥대를 벗기다 / 불인 요원(佛印了元)선사



불인(佛印了元:1032~1098)스님이 어느 날 방에 들어가려는데 생각찮게 소동파(蘇東坡:1036~經01)가 오자, 그에게 말하였다.

"이곳에는 앉을 자리가 없어 거사를 모실 수 없습니다."

"잠시 스님의 육신[四大]을 자리로 빌어 앉아 봅시다."

"이 산승에게 한 가지 질문이 있는데 거사께서 만일 대답을 하면 앉도록 하겠지만 대답을 못하신다면 옥대(玉帶)를 풀어 주시오."

이 말에 소동파가 선뜻 말씀해 보라 하니 스님이 말하였다.

"거사는 조금 전에 이 산승의 육신을 빌어 앉겠다고 하셨는데, 이 산승의 육신은 본디 빈[空] 것이며 오음(五陰:五蘊)도 있는 것이 아닙니다. 거사는 어디에 앉겠소?"

이 말에 소동파는 생각해 보았지만 대답하지 못하고, 마침내 옥대를 풀어 놓고 껄껄대며 밖으로 나가자 불인스님은 행각할 때 입던 누더기를 그에게 선물하였다. 이에 소동파는 세 수의 게를 읊었다.



백천 개의 등불이 하나의 등불이라

항하의 모래알이 모두가 묘한 법왕이기에

나, 소동파는 감히 이를 아끼지 않고

그대 육신을 빌어서 자리 삼으려 하였다오.

百千燈作一燈光  盡是恒沙妙法王

是故東坡不敢惜  借君四大作禪牀



병든 몸에 옥대를 두르기란 벅찬 일이라

노둔한 근기가 그대의 활촉같은 기봉에 떨어졌노라

기생집 앞에서 걸식할 뻔하였는데

행각선승 옛 누더기와 바꾸었다네

病骨難堪玉帶圍  鈍根闖落箭鋒機

會當乞食歌姬院  換得雲山舊衣



이 옥대 숱한 사람 여관[旅閣]처럼 거쳐오다가

이 내 몸에 전해온 지도 아득하여라

비단 도포 위에 서로 어울리더니

거짓 미치광이 노스님에게 빌려 주노라.

此帶閱人如傳舍  流傳到此赤悠哉

錦袍錯落渾相稱  乞與佯狂老萬回



이에 대하여 불인스님은 게송 두 수를 지어 화답하였다.



석상(石霜:807~888)스님, 배휴(裴休:796~870)의 홀(笏)을 빼앗아

3백년간 많은 입에 그 소문 자자했지만

길이 밝은 달과 티없이 함께 할

소동파가 끌러 놓은 옥대만이야 하겠는가

石霜尊得裴休笏  三百年來衆口誇

長和明月共無瑕  爭似蘇公留玉帶



형산 땅 변씨[卞和]는 세 임금에게 옥을 바쳤고*

조나라 인상여는 온갖 죽음 무릅쓰고 되찾아왔네*

귀중한 보배란 오로지 천자만이 쓰는 것인데

어이하여 이 소봉래산(小蓬山:金山)에 있는 것일까

荊山卞氏三朝獻  趙國相如萬死回

至寶只應天子用  因何留在小蓬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