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림성사(叢林盛事)

6. 원두 소임을 맡아서 / 흥양 청부(興陽淸剖)선사

通達無我法者 2008. 2. 25. 16:02
 



6. 원두 소임을 맡아서 / 흥양 청부(興陽淸剖)선사



흥양 청부(興陽淸剖)선사가 처음 대양(大陽警玄:942~1027)스님 회하에서 원두(園頭:채소밭 관리를 맡은 스님)가 되어 외씨를 심고 있는데 대양스님이 물었다.

"참외가 언제쯤 익을꼬?"

"지금 다 익었습니다."

"단 것을 골라 따오너라."

"따오면 누구와 드시겠습니까?"

"참외밭에 들어가지 않는 자와 먹겠다."

"참외밭에 들어가지 않는 사람도 참외를 먹을 수 있습니까?"

"너도 그를 아느냐?"

"모르지만 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양스님은 웃으면서 참외밭을 떠났다.

청부스님이 병으로 앓아 눕자 대양스님이 문병을 와서 말했다.

"이 몸이란 허깨비나 물거품 같은 것이지만 허깨비나 물거품 속에서 일을 마쳐야 한다. 만일 허깨비나 물거품 같은 것 마저 없다면 생사대사를 끝낼 길이 없다. 만일 생사대사를 끝내려고 하거든 이 허깨비나 물거품을 알아 차려야 한다. 어떻게 하겠는가?"

"그래도 아직은 이곳 일입니다."

"그렇다면 저곳은 어떠한가?"

"온 누리에 태양이 찬란하여도 바다 밑엔 꽃이 피지 않습니다."

대양스님이 웃으면서, 그에게 정신이 또렷또렷하냐고 물으니 청부스님은 할을 한번 하고 나서 말하였다.

"내가 모든 것을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후 청부스님은 끝내 일어나지 못하였다. 대양스님은 마침내 그의 의발과 게송을 부산 법원(浮山法遠:997~1067)스님에게 전하였고, 부산 법원스님은 투자 의청(投子義靑:1032~1082)스님에게 전하여 조동종(曹洞宗) 일파를 일으켜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