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림성사(叢林盛事)

7. 운문의 정종을 잇다 / 원통 법수(圓通法秀)선사

通達無我法者 2008. 2. 25. 16:04
 



7. 운문의 정종을 잇다 / 원통 법수(圓通法秀)선사



법운사(法雲寺)의 원통법수(圓通法秀:1027~1090)선사는 처음 `화엄경"을 공부하다가 하루는 "내가 책을 보니 `선재동자는 처음 문수보살을 만나고서도 또다시 經0성(城)을 돌아다니며 53인의 선지식을 찾아갔다' 하고, 또 `달마스님은 서쪽에서 오시고 육조 혜능스님은 남쪽으로 떠나가서 교학 밖에 따로 무상심인(無上心印)을 전했다'고 하는데, 내 어찌 한 쪽 모퉁이에 머물러 성상(性相:法性宗과 法相宗)의 종문(宗門)에 머물 수 있겠는가?"라고 개탄하였다. 이를 계기로 하던 공부를 모두 팽개치고 행장을 꾸려 남부지방을 돌아다니다가 무위산(無爲山)에 이르러 의회(天衣義懷:992~1064)스님을 찾아뵈니 스님이 물었다.

"좌주(座主:강사의 존칭)는 무슨 경을 공부하였나?"

" `화엄경"을 대강 공부했습니다."

"`화엄경"에서는 무엇을 종지로 삼는가?"

"법계(法界)를 종지로 삼습니다."

"법계는 무엇으로 종지를 삼는가?"

"마음입니다."

"마음은 무엇으로 종지를 삼는가?"

법수스님이 대답을 하지 못하자, 의회스님은 말하였다.

"터럭끝 만큼의 차이가 하늘과 땅처럼 벌어진다. 그대 스스로 이를 수긍하게 되면 깨닫는 바 있을 것이다."

그 후 17일이 지난 어느 날, 한 스님이 화두를 거량하였다. "백조(白兆圍圓)스님이 보자(報慈慧朗)스님에게 `알음알이가 생기면 지혜가 막히고, 생각[想]이 변하면 본체[體]가 달라진다고 하는데 알음알이가 생기지 않았을 때는 어떻습니까?'라고 물으니 보자스님이 `막혔구나!' 하였다" 이 말을 듣고서 법수스님은 크게 깨치고 곧장 방장을 찾아가 깨친 바를 말하니, 의회스님은 기뻐하며 말하였다.

"전후하여 수많은 좌주가 나를 찾아왔었지만 오직 그대만이 큰 법을 이어 받을 만하다. 앞으로 우리 종문은 너 한 사람에게 달려 있다."

이에 법수스님은 8년 동안 부지런히 섬기니, 의회스님의 추천으로 수좌가 되었고, 서주(舒州) 사면산(四面山)의 주지가 되어 세상에 나갔다. 뒤에 동경(東京) 법운사(法雲寺)의 주지를 지냈으며, 운문(雲門)의 정통 종지가 이로부터 세상에 크게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