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림성사(叢林盛事)

13. 소치는 노래 / 전우(典牛)스님

通達無我法者 2008. 2. 25. 16:32
 




13. 소치는 노래 / 전우(典牛)스님



전우(典牛)스님은 성도(成都)사람이며 성은 정씨(鄭氏), 이름은 천유(天游)이다. 본래 관리의 집안으로 고을의 초시(初試)와 재주(梓州)의 복시(覆試)에 모두 급제하였으나 천유는 이를 마다하고 이름을 숨기고서 관문 밖을 나갔다. 때마침 산곡도인(山谷道人)황정견(黃庭堅)이 촉 땅에서 동쪽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의 비범한 기골과 뛰어난 논변을 보았다. 마침내 그와 함께 배를 타고 여산에 갔고, 그는 머리를 깎았지만 옛 이름은 바꾸지 않았다.

맨처음 사심(死心悟新)스님을 찾아뵈었으나 기연이 맞지 않자 늑담사(泐潭寺)담당(湛堂文準)스님에게 귀의하였다. 당시 묘희 스님은 시자였고, 천유스님은 서사(書司)를 맡고 있었기에 아침저녁으로 서로 함께 지냈다. 그후 고약산(古藥山)에 가서 생사대사를 밝히고 여산의 소보봉사(小寶峰寺)의 주지를 지냈으며, 뒤에 운암산(雲岩山)에 주석하였다.

일찍이 충도자(忠道者)의 `목우송(牧牛頌)"에 화답시를 지었다.



두 뿔은 하늘로 향하고

네 발은 땅을 밟는데

코뚜레만 끌어당기면

소 칠 일이 어디 있겠나

兩角指天  四蹄踏地

拽斷鼻圈  牧甚屎屁



처음 장무진거사는 스님의 평범한 모습을 보고서 섬기려 들지 않았다. 그리고는 그를 업신여겨 "미친 놈 천유"라고 하였는데, 뒷날 묘희스님이 이 송(頌)을 바치자 그는 책상을 어루만지며 칭찬해 마지않았다. 이에 묘희스님이 물었다.

"상공(相公)은 한 번 말해 보시오. 이 송은 누가 지었다고 생각됩니까?"

"미륵대사(彌勒大士)가 아니라면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겠소?"

"이 송은 바로 지난날 `미친 놈 천유'가 지은 글입니다."

"이상하고 이상한 일이다! 담당스님에게 이런 아이가 있었다는 말인가. 임제의 온 종문이 여기에 있구나. 전당포에 잡히면 돈 100관은 빌려 쓸 수 있겠다. 이 장상영의 눈도 별 게 아니였어. 자칫하면 이 사람에게 잘못을 범할 뻔했군."

마침내 그는 향을 사르고 운암산을 바라보며 자신의 잘못을 뉘우쳤다.

천유스님이 뒤에 운암사에서 물러나와 여산 서현사(棲賢寺)를 지나가는데, 그곳의 노스님들은 스님에게서 고집과 사천 사람의 기질을 보고는 그곳에 머무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서 도리어 이렇게 물었다.

"노스님께서 바로 전당포에 잡힌 천유스님이십니까?"

스님은 이 말을 듣고 게를 짓고 떠났다.



전당포에서 소를 전당잡을 줄 알려는지?

물어줄 값이 너무 비싸 갚기가 어렵기 때문이지.

생각해 보니 그대에겐 근본 공부에 재주가 없는 듯하니

어떻게 이 소 한 마리를 받아들일 줄 아시겠소

質庫何曾解典牛  只緣償重實難酬

想君本領無多子  爭解能容者一頭



이를 계기로 무녕산(武寧山)에 암자를 짓고 40년 동안 주석하면서 죽을 때까지 세상에 나오지 않았는데, 도독(塗毒智策)스님이 그를 만났을 때는 이미 93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