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시기를 받다 / 개복사 영도자(寧道者)
개복사(開福寺)영도자(寧道者:?~1113)는 흡주(歙州)사람이며, 오조 법연(五祖法演)스님에게 공부하였다. 법연스님은 그의 고상한 뜻과 뛰어난 식견을 보고서 항상 대중 앞에서 그를 칭찬하고는 그에게 당사(堂司)소임을 맡겼다. 그런데 도반들이 그를 시기하여 밤중에 산길로 끌고가서 이야기 끝에 때려서 얼굴에 상처를 입히니, 영도자는 대중법회에 나가지 못하였다. 법연은 이 소식을 듣고 몸소 찾아가 문병을 하고 물었다.
"듣자하니 그대가 한 떼거리 놈들에게 봉변을 당했다던데, 어찌하여 방장으로 찾아와 억울함을 씻고 나에게 알려서 그놈들을 쫓아내지 않았느냐?"
그러나 영도자는 차마 그 사실을 밝히지 않고 말하였다.
"이는 제 스스로 다친 것이지, 다른 일에 관계된 것은 없습니다."
오조는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나의 인욕이 그대만 못하다. 뒷날 어느 누가 그대를 어찌할 수 있겠느냐?"
뒤에 영도자는 개복사의 주지가 되어 회하에 500명의 대중을 수용하였다. 입적할 때에는 미리 입적할 날을 정해 놓고서 가부좌한 채 열반하였으며, 월암 선과(月菴善果:1079~1152)스님에게 법을 전했다. 월암스님은 대중의 밑바닥에 묻혀 있었기에 아무도 그를 알지 못하였지만, 원오(圓悟克勤)스님만은 그를 알고 있었기에 후일 그가 세상에 나가도록 도와주었고, 송을 지어 전송하였다.
흡산노인의 말후구를
명명백백 사절당(月菴이 주석한 곳)에 몸소 전하니
바른 법령 행하는데 그 기상 늠름하여
북두성에 쏘는 칼빛 하늘에 번뜩이네.
歙山老人末後句 的的親傳四絶堂
正令已行風凜凜 斗間劍氣燭天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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