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묘희스님에게 참구하다 / 직도자[一庵善直]
직도자(直道者)는 안주(安州)사람이다. 처음 회응봉(回應峰)아래 계신 묘희스님을 찾아뵙자 묘희스님이 물었다.
"스님은 어디 사람인가?"
"안주사람입니다."
"내가 듣자하니 너희 안주 사람들은 씨름을 잘한다는데 그게 사실이냐?"
이 말에 직도자가 곧바로 씨름할 자세를 취하자 묘희스님은 다시 말을 이었다.
"호남 사람이 물고기를 먹으면 호북 사람에겐 뼈다귀만 돌아간다 하더라."
직도자가 물구나무를 선 뒤 나가버리자 다시 말하였다.
"차갑게 식어버린 잿더미 속에 콩알 만한 불씨가 있을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직도자가 마침내 묘희스님의 회하를 떠나 강절지방을 지나갈 때, 삼구(三衢)땅의 승(陞)․식(式)이라는 두 사람과 동행한 적이 있었다.
후일 금릉 보령사(保寧寺)의 주지를 지냈고, 묘희스님의 법제자가 되어 불법을 크게 떨쳤다. 유수(留守)인 승상(丞相)진준경(陳悛卿)이 여러 절의 주지를 모아 다회(茶會)를 연 자리에서, "`유구무구(有句無句)'는 등나무가 나무에 얽힌 것 같다"라는 공안을 들어 여러 주지에게 이를 비판하도록 하였다. 여러 주지들은 모두가 교묘한 말로 승상의 비위를 맞추려 하였지만 오직 스님만은 맨 끝에서 다음과 같이 송하였다.
장씨도 기름을 짜고
이씨도 기름을 짜지만
혼신의 힘을 쓰지 않고
위에만 토닥거리는구나.
張打油 李打油
不打渾身 只打頭
진준경은 매우 좋아하였으며, 얼마 되지 않아 직도자는 장산(蔣山)의 주지로 옮겨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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